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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게 하고 죽게 내버려두는 권력, 그 너머를 사유하다", 아쉴 음벰베 저 『죽음정치』 출간(동녘)

푸코 이후의 정치철학, "죽음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통치의 방식이다"

한성욱 2025년 10월 2일 오전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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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정치.jpg출판사 제공

민주주의의 퇴보, 국경의 강화, 증오와 적대의 정치.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세계의 위기는 단순한 정치적 혼란이 아니라, 죽음을 조직하는 권력의 구조적 작동이다. 카메룬 출신의 정치철학자 아쉴 음벰베는 그의 대표작 『죽음정치』에서 이 위기의 본질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푸코의 생명정치를 넘어, 그는 ‘죽음정치(necropolitics)’라는 개념을 통해 근대 이후 정치의 핵심이 어떻게 죽음을 배치하고 관리해왔는지를 드러낸다.

음벰베는 이 책에서 민주주의가 언제나 배제된 타자를 전제로 작동해왔음을 밝히며, 식민주의와 인종주의, 제국주의가 민주주의의 외부가 아니라 그 내부의 구조였음을 폭로한다. 특히 팔레스타인 점령, 난민 수용소, 디지털 감시 사회, 기후위기 등 동시대의 사건들을 통해 죽음정치의 현재적 작동을 분석한다. 국경은 더 이상 통과의 공간이 아니라 분리의 선이 되었고, 그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살 가치 없는 삶’으로 규정되어 죽음으로 내몰린다.

『죽음정치』는 단순한 진단을 넘어, 새로운 윤리적 상상력을 제시한다. 음벰베는 프란츠 파농, 에두아르 글리상, 주디스 버틀러 등의 사유를 전유하며, ‘통행자의 윤리’를 제안한다. 고정된 정체성과 영토에 귀속되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하며 관계를 맺는 존재로서의 인간. 그 존재가 지닌 취약성과 유한성은 돌봄과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 책은 푸코가 멈춘 지점에서 다시 출발해, 아감벤의 예외상태를 넘어, 죽음세계의 확산에 맞선 지구적 저항을 사유한다. 주디스 버틀러는 이 책을 두고 “주권 권력의 치명적 유산을 추적하며, 새로운 세계 윤리를 제시한다”고 평했고, 아르준 아파두라이는 “음벰베는 우리 시대의 어둠 속에서 급진적 길을 열어낸다”고 말했다.

『죽음정치』는 결코 편안한 독서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사유의 요청이다. 민주주의의 퇴보와 혐오의 정치가 일상화된 세계에서, 이 책은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묻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상상하게 만든다.

한성욱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0월 2일 오전 05:33 발행
#죽음정치#아쉴음벰베#정치철학#탈식민주의#생명정치#푸코이후#민주주의위기#증오의정치#통행자의윤리#동녘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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