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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화가 져야 잎이 난다, 죽음은 그렇게 시작된다", 아야사카 미쓰키 저 『피안장의 유령』 출간(RHK)

살아서 나올 수 없는 저택, "그곳은 유령이 아니라 저주가 머무는 곳이었다"

양정현2025년 10월 2일 오전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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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장의 유령.jpg출판사 제공

불길한 별장 ‘피안장’에 초능력자들이 모인다. 자동서기, 염동력, 예지 능력 등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열 명의 인물은 청년 사업가 렌의 초대로 이 저택에 발을 들인다. 렌은 증조부가 사랑했던 여인을 위해 지은 이 저택에 얽힌 죽음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이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하지만 첫날밤부터 시체가 등장하고, 저택은 완벽한 밀실이 되어 그들을 가둔다.

아야사카 미쓰키의 신작 『피안장의 유령』은 정통 미스터리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초자연적 요소를 가미해 독자에게 새로운 긴장감을 선사한다. 작가는 인물 간의 관계성과 해소되지 않은 과거의 문제를 사건에 투영하는 독특한 작풍으로 고정 팬층을 확보해왔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 특유의 서정성과 잔혹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저택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피안화로 둘러싸인 이 공간은 살아 움직이듯 전화기를 먹통으로 만들고, 문을 잠그며,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피안화는 꽃이 져야 잎이 나는 생태적 특성과 “꺾으면 불이 난다”는 속설로 불길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저택의 저주와 맞물려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평범한 인물 히나타가 있다. 그녀는 관찰자이자 서술자로서 저택의 비밀을 하나씩 파헤쳐 나간다. 초능력자들이 패닉에 빠지는 가운데, 히나타는 저주의 원형을 추적하며 죽음의 근원을 탐색한다. 그녀의 시선은 독자에게 사건의 진실을 전달하는 통로이자, 감정적 몰입을 유도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피안장의 유령』은 단순한 공포나 스릴러를 넘어선다. 약혼자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무직인 아키라, 이혼한 엄마를 걱정하는 나기 등 인물들의 사연은 저택의 저주와 맞물려 인간 내면의 불안과 상처를 드러낸다. 작가는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허투루 쓰인 부분 없이, 섬세한 감정선을 유지하며 독자를 끝까지 끌고 간다.

출간 즉시 ‘페이지 터너’로 불리며 독자들의 주목을 받은 이 작품은 《힐 하우스의 유령》을 즐겨본 독자라면 반드시 빠져들 만한 소설이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아유카와 테쓰야상, 본격 미스터리 대상 등 주요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른 것도 그 완성도를 입증한다.

아야사카 미쓰키는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본격 미스터리의 경계를 넓히며, 독자에게 잊을 수 없는 공포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양정현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0월 2일 오전 05:24 발행
#피안장의유령#아야사카미쓰키#일본미스터리#밀실살인#초능력자소설#피안화저택#잔혹미스터리#서정적공포#문예춘추기획작#RH코리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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