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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 내리면 애써 외면한 악의가 되살아난다", 기시 유스케 저 『여름비 이야기』 출간(비채)

10년 공들인 '비' 시리즈 완결, "검은 나비가 자네를 이끄는 곳은 지옥"

장세환 2025년 10월 1일 오후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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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 이야기.jpg출판사 제공

"검은 나비가 자네를 이끄는 곳은 다름 아닌 지옥이네!" 1930년대 일본, 향락에 빠져 살던 청년 요시타케의 꿈에 매일 밤 검은 나비가 나타난다. 영험한 스님은 경고하지만 요시타케는 그 나비를 따라간다.

《검은 집》 《악의 교전》으로 현대 호러의 일인자로 군림해온 기시 유스케가 10년간 공들인 '비'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여름비 이야기》를 내놨다. 2년 만의 신작이다.

2009년 일본 설화문학의 진수 《우게쓰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비'를 주제로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은 작가는 오랜 조사와 집필 끝에 10여 년 만에 첫 번째 결과물 《가을비 이야기》를 선보였고, 이번 《여름비 이야기》로 시리즈 장정을 마무리한다.

세 편의 중편이 담겼다. 〈5월의 어둠〉은 하이쿠를, 〈보쿠토 기담〉은 곤충을, 〈버섯〉은 버섯을 소재로 한다. 작가는 각 소재에 관한 끈질긴 조사를 바탕으로 다층적 이야기를 구성해 지적 쾌감까지 선사한다.

〈5월의 어둠〉에서는 치매로 기억이 흐려져가는 은퇴 교사 사쿠타에게 옛 제자가 찾아온다. 자살한 오빠의 유작 시집을 건네며 하이쿠에 담긴 마지막 심경을 해석해달라 청한다. "남의 생명을 빼앗는 큰 죄를 저지른 사람의 세계는 영원히 무명의 어둠에 감싸이죠. 그들은 두 번 다시 인생의 순간을 사랑하는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단어 하나, 시 한 편을 더듬을수록 조금씩 드러나는 충격적 진실.

〈보쿠토 기담〉은 1930년대 일본이 배경이다.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 젊은이들은 향락과 외국 문물에 빠져 하루하루를 되는 대로 살아간다. 기노시타 요시타케도 마찬가지였는데 어느 날부터 꿈에 검은 나비가 나타나 어딘가로 이끈다. "그걸 어떻게…………" 요시타케가 스님에게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이 섬뜩하다.

〈버섯〉은 가장 기묘하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스기히라 신야는 아들을 위해 고급 별장지 가루이자와로 거처를 옮겼지만 교육 방침을 두고 다투다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고립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너른 정원에 형형색색의 버섯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환각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맨 먼저 의심되는 것은 알코올의존증이나 약물 사용이지만, 스기히라에게 그런 징후는 없다. (중략) 그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가능성이 있다면 버섯 정도일까." 버섯은 점차 영역을 넓혀 급속도로 집 안까지 뒤덮고, 신야는 괴이한 현실 속에서 하나의 악의를 감지한다.

세 이야기 모두 비틀리고 뒤틀린 누군가의 악의를 다룬다. 귀신이나 원령 같은 초자연적 존재보다 인간과 인간이 품은 악의야말로 지독히 현실적인 최고의 공포라는 메시지다.

이선희 번역가는 "너무너무 재미있다! 번역을 끝내고도 몇 번을 다시 읽어본 작품은 이 책이 처음"이라고 상찬을 남겼다. '이 호러가 대단하다! 2024 베스트10'에도 선정됐다.

기시 유스케는 1996년 《ISOLA》로 일본호러소설대상 가작을, 이듬해 《검은 집》으로 대상을 받았다. 《검은 집》은 130만 부 이상 판매되며 그를 최고의 호러작가 반열에 올렸다. 이후 《유리 망치》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신세계에서》로 일본SF대상을 받는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해왔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10월 1일 오후 02:04 발행
#여름비이야기#기시유스케#비채#10년비시리즈완결#가을비이야기후속#하이쿠공포#검은나비#버섯호러#이호러가대단하다2024#이선희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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