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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비스니엡스키 저 『뉴욕에 나타난 곰』 출간(문학과 지성사)
"뉴욕 한복판에 나타난 곰돌이가 묻는다, 너 화가 되고 싶지 않았어?" 2022 화이트 레이븐스 선정작, "지하철-일-잠만 반복하는 삶, 이게 네가 꿈꾸던 거야?"
출판사 제공
"정말 날 못 알아보는 거야? 나야 나, 곰돌이! 나를 맨날 그렸으면서 몰라?" 뉴욕 마천루 사이 골목에서 퇴근하던 알렉상드르 앞에 거대한 곰 한 마리가 나타났다. 어린 시절 자주 그렸던 그 곰돌이다.
벨기에 화가 가야 비스니엡스키의 그림책 『뉴욕에 나타난 곰』이 문학과 지성사에서 출간됐다. 2022년 화이트 레이븐스에 선정된 이 작품은 성공한 듯 보이지만 꿈을 잃고 사는 어른에게 찾아온 마법 같은 이야기를 담았다.
정장을 입고 서류 가방을 들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알렉상드르의 모습은 누가 봐도 성공적이다. 깔끔하고 세련됐다. 하지만 그의 삶은 시계추처럼 세 단어 사이만 오간다. '지하철, 일, 잠.' 화가가 꿈이었던 소년은 어디로 갔을까.
곰돌이의 질문이 날카롭다. "너야말로 여기서 뭐하는 거야? 넌 화가가 되고 싶어 했잖아? 그런데 따분한 일만 하고 있네! 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알렉상드르의 대답은 기운이 없다. "아니, 아무 일도 안 일어났어. 아무 일도 안 일어나."
곰돌이는 물러서지 않는다.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그의 삶의 모순을 지적한다. 이미 늦었고 지금 삶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던 알렉상드르는 곰돌이와의 대화를 통해 어린 시절의 기억, 설렘, 오래전 품었던 꿈을 다시 떠올린다.
거기에 아기 때 냄새가 아직도 배어 있는 여우 인형 폭실이까지 나타나자 알렉상드르는 마음속에 어떤 파도가 밀려옴을 느낀다. 곰돌이와 폭실이를 만나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낸 그는 자기가 되고 싶어 했던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꿈꾸는 법'을 배울 용기를 내 보기로 한다.
작가는 겨울 뉴욕의 거리를 흑백으로 거칠면서도 섬세하게 그렸다. 화려한 건물들과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대도시의 소음이 흑백의 음영 속에서 잦아들며 세 주인공에게 더욱 집중하게 한다. 도시의 추운 겨울과 어릴 적 친구들의 따뜻함이 한 장면에 녹아들어 독자를 현실과 판타지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빨아들인다.
가야 비스니엡스키는 화가 집안에서 태어나 브뤼셀 생-뤽 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마치고 미술 교사가 됐다. 벨기에 아동문학관 WOLF에서 수많은 워크샵을 이끌다 2016년부터 프랑스 제르 지방으로 이주해 일러스트레이션에만 전념하고 있다. 번역은 수십 년간 그림책 번역만 해온 이경혜가 맡았다.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행복한 삶이라는 메시지를 거대하고 복잡한 도시 속에서 지쳐 가던 어른을 통해 유쾌하고 뭉클하게 보여준다. 아이들에게는 상상력과 감성을, 어른들에게는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작품이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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