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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함은 더 이상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송길영 저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 출간(교보문고)

희망퇴직이 상시화된 시대의 진단, "200년간 이어온 무거운 문명의 종말"

최준혁 2025년 9월 30일 오전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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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jpg출판사 제공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대기업 희망퇴직 소식이 심상치 않다. 몇 년 전만 해도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의 긴급 처방이었던 희망퇴직이 이제는 상시 제도처럼 되어버렸다. 대상도 10년 이상 일한 50대에서 1년 차 20대까지 확대됐다. 이는 단순한 유동성 확보 문제가 아니라 조직 자체의 의미와 구조를 바꿀 거대한 변화의 신호다.

'핵개인'과 '호명사회'라는 키워드로 우리 사회 변화를 짚어온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이 세 번째 《시대예보》를 내놓았다. 이번에는 '경량문명의 탄생'을 선언하며 모든 조직 단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저자의 진단은 명확하다. "모든 이가 일상을 함께하고 공동체 중심으로 생산하던 무거운 문명이 이제 저물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지혜가 각자의 인공 지능과 결합하고, 작은 규모의 모둠으로도 커다란 진보를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문명의 시대가 시작됩니다."

산업혁명 이후 200년간 인류는 분업화를 통해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고, 조직은 거대할수록 경쟁에서 유리했다. 이것이 중량문명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무겁고 거대한 문명은 필연적으로 느릴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속도의 변화에 발맞춰 가기 벅찹니다. 새로운 시대에 생존을 가르는 것은 규모의 경제가 아닌 변화에 즉각 반응하는 힘"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한국인조차 AI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분석이 씁쓸하다. "새벽종이 울릴 때 일터에 나가고 밤늦게까지 투잡을 뛰어온, '빨리빨리'를 전 세계에 수출한 한국인들도 이 속도는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남들보다 덜 자고 노력하며 경쟁력을 유지해온 이 땅의 사람들은 이제 무력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경량문명을 이끄는 두 축은 '지능의 범용화'와 '협력의 경량화'다. 인공지능이 개인을 증강시키고, 증강된 개인은 갑을관계가 아닌 수평적 협력으로 일하고 성과를 낸다. "경량문명은 적은 수의 구성원이 증강되어 스스로 완결성을 가지는 일을 행하는 것입니다. 감시와 관리라는 중량문명의 시스템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경량문명의 확산 속도다. "물리적 통신망을 가지지 않더라도, 기간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 살고 있어도, 스마트폰을 가진 모두에게 경량문명이 동시에 도착할 것입니다."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니라 '빠른 전환자(fast changer)'의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저자는 경량문명의 본질을 이렇게 정의한다. "경량은 단순히 무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가치 체계의 재구성이고, 관계 방식의 혁신입니다. 무엇보다 지속 가능성을 향한 설계입니다. 더 적게 소유하고도 더 넓게 연결되는 삶, 덜 복잡하지만 더 깊이 있는 질서입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인상적인 비유를 사용한다. "장거리 비행 식사는 출발지가 아닌 도착지 시간을 기준으로 준비됩니다. 경량문명을 살아갈 이들도 같습니다.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아니라, 앞으로 닿을 지점을 향하며 몸과 마음을 닦아나갑니다."

송길영은 20여 년간 사람들의 일상 기록을 관찰해온 마인드 마이너로, 《시대예보: 호명사회》,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그냥 하지 말라》 등을 썼다.

최준혁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9월 30일 오전 09:30 발행
#시대예보경량문명의탄생#송길영#교보문고#희망퇴직상시화#중량문명종말#작은조직생존#협력의경량화#빠른전환자#AI시대조직변화#수평적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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