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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덕 『역사 속의 재일동포』 신간 출간(도서출판선인)
이름을 다르게 불러도 살아온 역사와 정체성은 하나다
출판사 제공
재일동포라는 낱말에는 호칭을 넘어선 무게가 있다. 재일한국인, 재일조선인, 재일코리안, 때로는 재일이라는 축약형까지 이름은 달라도 일본에서 살아온 한민족의 역사적 경험과 정체성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국적과 등록 신분, 민족단체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일본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 이 책은 바로 그 존재를 정면에서 묻는다. 재일동포란 누구인가.
책은 먼저 이름의 뜻을 차분히 정리한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흔히 재일한국인이라 부르고, 국적이 없거나 다른 사정을 지닌 이들을 재일조선인이라 일컬어 왔다. 남과 북을 함께 포괄하려는 흐름 속에서 재일코리안이라는 새로운 자칭도 확산되고 있다. 명칭의 차이는 삶의 궤적에서 비롯됐다. 식민지 시기 강제 연행으로 일본 땅에 발을 디딘 이들,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의 공포를 넘어 생존을 이어 간 이들, 해방 직후 단체를 조직해 권리를 모색한 이들. 이름은 역사와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이 도드라진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현재의 일상과 문화의 결을 보여 준다. 민족교육은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정체성의 근육을 키웠고, 한일협정 이후 재일동포의 법적 위상은 다시 규정되었다. 파친코와 같은 산업 현장, 유학과 정보 활동이 얽힌 오해, 북송으로 삶의 방향을 바꾼 사람들, 문학과 영화와 대중음악과 미술과 스포츠에서 자기 목소리를 낸 이들의 기록이 촘촘하다. 공연장의 몸짓, 경기장의 투혼, 작업장의 노동은 삶의 언어가 되어 차별을 넘어선 연대의 모습으로 남는다. 혐한 정서가 떠오를 때마다 K컬처 속에서 새로운 공존의 장을 모색한 시도들도 담겼다.
책은 미래를 향한 질문으로 매듭을 짓는다. 일본으로 새로 건너간 뉴커머 세대는 더 다층적인 정체성을 지닌다. 국적과 언어, 교육과 노동, 가족사와 문화적 선택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재일동포는 다시 정의된다. 중요한 것은 단어의 승패가 아니라 사람이 겪은 역사와 오늘을 정확히 보는 일이다. 저자는 말한다. 명칭의 경계에 싸우기보다 삶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화해의 출발이라고. 재일이라는 두 글자에 갇힌 사람들이 아니라, 일본에서 그리고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현재를 기록하는 것이야말로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이라고.
최준혁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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