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올해 광복 80주년과 한글 창제 579돌을 맞아 아동문학계 대표 작가 고정욱이 우리말 사랑에 대한 열정을 담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아름다운 우리말 사전』을 자유로운상상에서 출간했다. 외계어와 줄임말이 넘치는 현실 속에서 점점 잊혀져가는 아름다운 순우리말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의미 있는 시도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404개의 순우리말을 곤충, 나무, 과일, 사람, 심리 상태 등 20개 분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이다. 특히 사람과 관계된 말들이 눈에 띈다. '날파람둥이(바람둥이)', '분대꾼(분주한 사람)', '샘바리(샘이 많은 사람)', '알깍쟁이(알뜰한 사람)', '얄개(약은 사람)', '얌심꾸러기(욕심꾸러기)', '잔말쟁이', '촐랑이', '희뜩머룩이', '새퉁이', '되모시', '가납사니' 등이 그것이다.

나이를 세는 우리만의 독특한 표현도 흥미롭다. 세 살을 '사릅', 아홉 살을 '구릅'이라고 했던 우리 조상들의 언어 감각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비슷한 단어 조합이지만 뜻이 다른 경우들도 많아, 우리말의 섬세함과 풍부함을 보여준다.

성균관대 국문과 출신 문학박사이자 2025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후보인 고정욱 작가는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다"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인용하며 이 책의 의도를 설명했다. "우리말을 쓰는 사람들의 어휘력을 키우고 그리하여 그들의 인식세계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의도에서 순수한 우리말을 가려 뽑아 체계를 잡아 정리했다"고 밝혔다.

책의 특별함은 부록에서도 드러난다. 김주영, 이문구, 천승세, 김원일, 홍명희 등 대표적인 우리 작가들의 문학 작품 속에서 나타나는 우리말 중 특히 살려 써야 할 것들을 별도로 정리했다. 또한 북한 문학 작품 속 아름다운 우리말까지 포함해 분단 상황에서도 함께 보존해야 할 우리말의 가치를 강조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순화해야 할 일본어와 일본식 어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점이다. 아직까지 청산하지 못한 일본식 단어들을 체계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언어의 주체성 회복에 대한 문제의식을 분명히 했다.

작가는 "우리말이라는 것은 우리 민족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총결정체"라며 "어느 특정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말의 대부분이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고 순수한 우리말은 얼마 되지 않는데, 그 역시도 사전에만 있을 뿐 점점 사장되고 잊혀져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안내견 탄실이』, 『가방 들어주는 아이』 등으로 교과서에도 실린 바 있는 고정욱 작가는 "A.I가 모든 것을 다해주는 세상이 온다고 하지만 사용하지 않고 점점 잊혀져가는 우리의 아름다운 말들을 찾아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우리말에 대한 해석은 누군가가 알려주지 않으면 A.I 역시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출간은 단순한 사전 편찬을 넘어 우리말 보존과 계승에 대한 사회적 각성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미래 세대들에게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전달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