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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땅의 숨결이 시조로 피어나다", 김영환 저 『소리꽃』 출간("ㄱ"기역출판사)
정형의 틀 안에서 자유로운 언어의 날갯짓... 전북 고창의 산천이 시어로 되살아나
출판사 제공
전북 고창 출신 시조시인 김영환의 두 번째 시집 『소리꽃』이 기역출판사에서 출간됐다. 2011년 「대한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 13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작품집은 고창이라는 특정 지역의 정서와 풍광을 시조라는 정형시 갈래 안에 담아낸 주목할 만한 성과다.
시집 제목 '소리꽃'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명창 진채선을 모티프로 했다. "얼씨구 절씨구나 백의를 걸치고서/삼천리 금수강산 모두가 하나되어/바닷가 모래언덕에 소리꾼이 모이네"라는 대목에서 보듯, 여성이 소리꾼이 될 수 없었던 시대에 정형의 틀을 깨고 천하로 달려나간 진채선의 이야기가 시인 자신의 문학적 여정과 겹쳐진다.
총 5부 구성의 이 시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고창이라는 지역적 특색이 시조의 운율과 만나는 지점이다. 1부 '소리꽃'에서는 역사의식과 현실 감각이, 2부 '구시포 바다의 노래'에서는 서해안의 거친 자연이 시어로 형상화된다. 특히 "가을 선운산 고랑을 피비린내로 흘러넘치는 꽃무릇 슬픈 노래"라는 표현에서 보이듯, 고창의 대표적 풍물인 꽃무릇을 통해 애상적 정서를 절묘하게 포착해냈다.
3부 '상사화' 편은 계절의 변화에 따른 꽃들의 서사를 담았다. 명자꽃부터 아그배꽃까지, 18편의 꽃 시조가 색에서 색으로, 향에서 향으로 독자를 이끈다. 4부 '고향 생각'과 5부 '풍경소리'에서는 개인적 체험이 보편적 정서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인은 "나의 시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아픈 삶을 맷돌에 갈아내어 채로 걸러낸 눈물"이라고 자신의 시관을 밝혔다. 이는 단순한 서정을 넘어선, 삶의 무게를 견디며 얻어낸 성숙한 언어 의식을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시인이 원목공예 '허강공방'을 운영하며 손으로 깎고 다듬는 작업과 시어를 벼리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무를 다루는 장인의 손길이 시조의 정제된 언어와 만나 독특한 미감을 형성한다.
2023년 전라시조문학상과 고창문학상을 잇달아 수상한 시인의 문학적 역량이 이번 시집에서 절정을 이룬다. 특히 포크가수 박우물이 곡을 붙인 '고향 생각'과 '구시포 바다의 노래'가 부록으로 수록돼, 시조가 노래로 다시 태어나는 순환 구조를 완성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고창지부장을 맡고 있는 김영환 시인은 지역 문학의 저변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소리꽃』은 단순히 한 개인의 시집을 넘어, 고창이라는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시조라는 전통 양식으로 재해석한 의미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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