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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증평군, '2025 책 읽는 대한민국' 지자체 부문 대상 수상
"사기 백이전 11만3천 번 읽은" 독서광 김득신의 후예를 자처하는 작은 도시의 큰 꿈
증평군 제공
사마천의 사기 백이전을 11만3천 번 읽었다는 기록을 남긴 조선 후기 문인이 있다. 바로 백곡 김득신(1604~1684)이다. 그의 고향 충북 증평군이 417년 후 조상의 독서 정신을 계승해 대한민국 으뜸 독서 자치단체로 인정받았다.
사단법인 국민독서문화진흥회 주최, 국회 후원으로 열린 '2025 책 읽는 대한민국 시상식'에서 증평군이 책 읽는 지자체 부문 대상을 받았다고 18일 발표했다. 이 상은 독서 문화 확산에 기여한 자치단체, 단체, 개인에게 수여된다.
증평군의 독서 행정은 남다르다. '도서관 20분 도시 증평' 구축 프로젝트가 핵심이다. 집 앞에서 나서면 20분 안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나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작은 도시지만 큰 꿈을 품었다.
김득신 북 페스티벌, 길 위의 인문학, 독서광 김득신 음악극 공연 등 다채로운 독서 문화 사업도 눈에 띈다. 단순히 도서관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적 인물과 연결해 스토리텔링을 입힌 것이 특징이다.
증평이 자랑하는 백곡 김득신은 조선시대 최고의 독서광으로 불린다. 그가 남긴 독서 기록 '독수기'는 충격적이다. 사마천의 사기 백이전을 1억1만3천 차례 읽었다고 기록했다. 당시 '억'은 현재의 십만을 뜻하는 단위로, 실제로는 11만3천 번이다. 그래도 엄청난 숫자다.
노자전 등 1만 차례 이상 읽은 책만 36권에 달한다. 한 권의 책을 수만 번씩 반복해서 읽는 집요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단순 암송이 아니라 깊이 있는 사색과 성찰의 과정이었을 것이다.
김득신은 대기만성의 전형이다. 출세가 늦어 58세에야 과거에 급제했지만, 문장력은 당대 최고로 인정받았다. 효종은 "백곡의 '용호'는 당나라 시에 견줄 만하다"고 극찬했고, 조선 중기 문신 이식은 "백곡이 당대 최고의 문장"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홍종숙 증평군의회 부의장, 원성역 블랙스톤 에듀팜리조트 대표도 함께 상을 받았다. 지역 내 독서 문화 확산에 기여한 개인들의 노력도 함께 인정받은 셈이다.
작은 군 단위 자치단체가 전국 최고의 독서 도시로 인정받은 것은 규모보다 내용의 승리다. 지역의 역사적 자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정책으로 구현한 증평군의 행정력이 빛을 발한 결과다.
417년 전 한 선비의 독서 열정이 후손들에게 전해져 지역 전체의 문화적 자산으로 승화된 셈이다. 증평군의 '도서관 20분 도시' 프로젝트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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