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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국 저 『우리집 개는 웃고 나는 물고』 출간(현대시학사)
"결국은 사람이란 게 결국은 복숭아가 맛있어" 기존 형식 파괴하는 실험적 시세계,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감정 표출과 끊임없는 질문
출판사 제공
"결국은 사람이란 게 결국은 복숭아가 맛있어." 큰댁 아저씨가 틀니로 복숭아를 씹으며 내뱉은 이 한 마디에는 삶의 본질이 담겨 있다. 조성국의 두 번째 시집 『우리집 개는 웃고 나는 물고』는 이처럼 일상의 순간들에서 삶의 진실을 포착하는 독특한 시세계를 보여준다.
201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과 5·18 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한 조성국 시인은 기존의 형식을 깨부수는 파괴의 힘으로 새로운 실험적 도전을 보여준다. 이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감정의 표출이며 삶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의 방식으로 읽힌다.
시집 곳곳에는 독특한 화자와 상황이 등장한다. 「폴리스라인」에서는 "지혈을 놓친 색은 과다하게 붉습니다"로 시작해 의혹과 추리가 얽힌 상황을 그려내고, 「도원」에서는 복숭아를 좋아하던 큰댁 아저씨의 마지막 모습을 통해 인생의 허무를 담담하게 드러낸다.
특히 「언더독」은 일상의 사소한 선택들을 동전 던지기에 비유하며 현대인의 우유부단함과 소외감을 표현한다. "옆은 싱겁게 나는 짜게 먹는 편입니다"로 시작해 "나를 던지면 애완견이 나올까요 투견이 나올까요"로 끝나는 이 시는 자아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장마 전선」에서는 개와 함께 산책하는 일상을 통해 노화에 대한 불안과 자각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후각은 참을성이 없어 제 냄새를 모릅니다"라는 첫 구절부터 "나만 모르고 남들은 아는 사실이 늘어납니다"는 통찰까지, 늙어가는 과정의 서글픔을 개의 시선과 교차시켜 그려낸다.
「국어國魚의 죄」는 눈에 생긴 비문증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쉽게 말해 해동된 지 오래돼 썩은 눈알이라는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으로 시작해, 노화와 질병에 대한 현실적 인식과 함께 삶의 부조리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춤」은 과거 민주화 운동 시절을 회상하며 동지에 대한 그리움과 부채감을 노래한 작품이다. "이보게 자네는 늘 춤을 추었네"라는 반복구를 통해 행동하는 친구와 방관했던 자신의 대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조성국의 시는 사물을 이원적 대립으로 들여다보는 통찰과 그것을 언어로 구체화하는 시적 감각이 남다르다. 일상의 사소한 경험들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고, 기존의 시적 관습을 과감히 뒤흔드는 실험 정신이 돋보인다.
시인은 시집 말미에 "다음 중 오늘의 날씨로 적절한 것은?"이라는 객관식 문제 형식으로 자신의 시 세계를 유머러스하게 정리한다. "국화는 벌써 왔으나 가을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마지막 문장에서 시간과 계절, 기다림에 대한 미묘한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장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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