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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병원에 가지 않을 거다" 시어머니의 마지막 선택, 이화열 저 『고요한 결심』 출간(앤의서재)

스위스 조력사망 동행기, "끝까지 자기 자신으로 남고자 한 신념"

최준혁 2025년 9월 15일 오전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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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한결심.jpg출판사 제공

"다시는 병원에 가지 않을 거다." 시어머니 아를레트의 단호한 말에 담긴 진짜 의미를 이화열 작가가 깨달은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그것은 장치에 매인 채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을 거부하는 선언이자, 끝까지 자신으로 남겠다는 결심이었다.

『지지 않는 하루』, 『서재 이혼 시키기』의 이화열 작가가 앤의서재에서 펴낸 일곱 번째 에세이 『고요한 결심』은 시어머니의 스위스 조력사망 여정을 3개월간 동행하며 기록한 책이다. 죽음이 일깨운 삶의 감각을 일상의 언어로 담담하게 풀어냈다.

어느 날 작가는 시어머니 아를레트가 스위스 조력사망기관에 조력사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말기암도 중증질환도 아니었기에 그 결정은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인간다움'이라는 품위를 지키기 위해 살아야 한다는 본능을 내려놓았다. 체념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으로 남고자 한 신념이었다.

"나는 이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더 이상 파이를 굽지 못하는 시어머니의 부엌에서 따뜻한 온기가 사라졌다. 이제 그녀는 간병인과 가사도우미 없이는 살아갈 수 없었다.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은, 어쩌면 매일 조금씩 죽어가는 자신을 지켜보는 일"이었다.

작가는 마지막까지 자기 자신으로 남고자 했던 한 존재의 여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삶의 주체성을 조금씩 잠식해가는 노화의 과정과 그 안에서 지켜내야 할 존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은 늙음이라는 불편한 거울 앞에 오래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안에 고유한 삶과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도 잊는다."

조력사를 선택한 시어머니와 함께하는 3개월은 괴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끝까지 서로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작가는 "적어도 우리에겐, 배웅할 시간이 있다"고 위로했다.

이 책은 조력사나 안락사에 대한 찬반을 묻는 책이 아니다. '어떤 선택이 옳은가가 아니라, 존엄을 지키며 끝까지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는, 그 결정을 누가 하느냐보다 어떻게 평온하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라는 것이 작가의 통찰이다.

작가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결국, 자신이 살아온 삶의 태도와 닮아있다"며 "준비된 죽음이든 아니든, 결국 우리는 살아온 대로 죽는다"고 말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어리석게, 단호한 사람은 단호하게.

특히 작가는 "똑같은 삶이 없듯, 똑같은 늙음도 없다"며 노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돌아본다. "인간이 자신에게조차 소외되는 이유는, 멈추고 존재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데 있는지도 모른다"며 "이 생은 무엇을 남길지가 아니라, 얼마나 가볍게 떠날 수 있는지를 묻는 여정 같다"고 성찰한다.

이화열 작가는 '삶에 녹아있는 철학'을 담백하고 위트 있게 글로 옮기는 에세이스트로, 이번 작품에서도 '어떻게 나이 들고 죽을 것인가', '의존하지 않고 존엄을 지키는 삶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독자들에게 던진다.

최준혁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9월 15일 오전 04:33 발행
#고요한결심#이화열#앤의서재#조력사망#시어머니#존엄한죽음#노년#늙음#죽음준비#삶의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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