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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형과 그늘진 동생, 가족 안 어둠의 진실", 오윤희 저 『검은 해바라기』 출간(북레시피)

"어차피 제 인생은 꽝인데요" 소년범죄 뒤숨은 병적 자기애와 뒤틀린 가족애

한성욱 2025년 9월 13일 오전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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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해바라기.jpg출판사 제공

해바라기는 빛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만, 그 뒤에는 언제나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오윤희의 신작 『검은 해바라기』(북레시피)는 바로 그 그림자를 직시하라고 말한다.

이 소설은 사회파 미스터리의 긴장감과 심리극의 깊이를 동시에 갖춘 작품이다. 소년 범죄라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면서 가족 내부의 균열을 치밀하게 해부하고, 법이 다루는 표면적 진실 너머에 숨겨진 어둠을 파헤친다.

이혼 후 10대 딸을 홀로 키우는 검사 출신 변호사 태연에게 특별한 의뢰가 들어온다. 고등학교 1학년 수완이 공공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 촬영을 하다 현장에서 체포된 사건이다. 의뢰인은 수완의 엄마 여정. 하지만 수완은 잘못을 뉘우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제 인생은 꽝인데요, 뭐." 아이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뜨고 있다기보다 벌어져 있는 것 같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우물을 닮은" 수완의 눈에 담긴 건 공허와 허무뿐이었다.

수완에 대해 알아갈수록 태연은 아이 마음속에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더 깊고 어두운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감지한다. 그 비밀은 가족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가정에 무관심한 아빠, 정신이 불안정한 엄마, 그리고 모든 이들의 선망의 대상인 '엄친아' 형 지완.

특히 지완은 타고난 두뇌에 매력적인 외모까지 겸비해 언제나 주목받으며 자랐다. 그런가 하면 자신 때문에 늘 그늘에 있어야 했던 동생을 배려하는 사려 깊음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에겐 남들에게 드러내지 못할 비밀이 있다.

"수완이가 어둠이라면 넌 빛이었지. 하지만 어둠 없이 빛이 무슨 존재 가치가 있을까?" 지완의 시각에서 보면 "수완은 빛나고 있어선 안 된다. 그 아이가 있어야 할 곳은 그늘이다. 그늘이 있어야 빛이 두드러질 수 있으니까."

소설은 화자를 태연에서 여정, 지완, 그리고 수완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가며 각자의 내면을 파헤친다. 그 과정에서 일그러진 가족이 공유하던 마지막 어두운 비밀이 충격적인 방식으로 폭로된다. 무관심, 뒤틀린 애정, 병적인 자기애라는 모습으로.

수완은 에필로그에서 고백한다. "형은 나의 구원자이자, 파괴자였다. 달이 태양을 서서히 가리다가 마침내 해와 완전히 합쳐져 해의 자취를 감추게 만드는 개기 일식처럼 시간이 갈수록 나를 향한 형의 선의는 서서히 모습을 감춘 반면, 나를 향한 악의가 그 자리를 채워나갔다."

한국가족치료연구소 김순천 소장은 "가정이 아이에게 마지막 안전망이 될 수도, 가장 위험한 함정이 될 수도 있음을 일깨운다"고 평했다. 한국상담심리학회 오지영 상담심리사는 "단순히 읽히는 소설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심리학의 교재이며, 우리 모두의 내면을 비추는 어두운 거울"이라고 분석했다.

이 작품은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이 때로는 가장 위험한 곳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한 소년의 가족 스케치를 통해 섬뜩하게 전달한다.

한성욱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9월 13일 오전 04:03 발행
#검은해바라기#오윤희#북레시피#소년범죄#가족심리#사회파미스터리#나르시시스트#형제갈등#심리스릴러#병적자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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