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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엮음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출간(보더북), "재판에 졌어도 송신도는 안 져!"

열여섯에 속아 끌려간 할머니의 10년 법정투쟁, 일본 양심세력과 함께한 연대의 기록

장세환2025년 9월 12일 오후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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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jpg출판사 제공

"재판에 졌어도, 송신도는 안 져!"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순간, 송신도 할머니가 지원자들을 향해 던진 말이다. 법정에서는 졌지만 정신만은 굴복하지 않았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이 엮어낸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재일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 할머니의 10년간 법정투쟁과 그를 지원한 사람들의 기록이다. 김민화가 번역을 맡았다.

1938년 열여섯 살 송신도는 '전쟁터에 가서 나라를 위해 일하면 결혼하지 않아도 혼자서 살아갈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중국으로 끌려갔다. 7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를 강요당하며 중국 각지를 전전해야 했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결혼해서 같이 살자'는 일본군의 말을 믿고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버림받고 홀로 이국땅에서 평생을 살아야 했다.

위안부 피해자로, 재일한국인으로서 받아야 했던 '이중 차별' 속에서 인고의 삶을 살던 송신도 할머니는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 소식을 듣고 1993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할머니는 법정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왜 그랬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왜 내가 '위안부'가 되어야 했는지, 어째서 차별을 받아야 하는지 그 의미를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더 이상 무시하지 못하게 하고 싶습니다."

어려운 싸움이었지만 외로운 싸움은 아니었다. 재일교포와 일본의 양심 있는 여성들이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을 결성해 10여 년에 걸친 기나긴 법정 투쟁의 여정을 함께했다.

책에는 처음 만났을 때 "결코 타인에게 곁을 내어주지 않으려는 듯 갑옷을 걸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송신도 할머니가 지원모임과 함께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람 마음은 한 치 앞도 모른다"며 마음을 내어주지 않으려 했던 할머니가 "자신의 억울함과 분노보다 낙담한 사람들을 생각할 정도로 변해 있는 모습"을 지원자들은 목격했다.

재판은 2003년 패소로 끝났지만 할머니는 말년에 이렇게 고백했다. "지금이 가장 행복해. 지원모임 여자들이 지켜 주니까 행복한 거지. 지금 반복해서 말을 해도 원래대로 되돌릴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알아주는 사람은 알아주니까. 더는 바랄 게 없어."

송신도 할머니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미야기현 오나가와초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2017년 12월 16일 서거했고, 지원모임은 해산 후 '송신도 할머니의 마음을 잇는 모임'을 결성해 평화에 대한 할머니의 뜻을 계승하고 있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9월 12일 오후 02:25 발행
#송신도할머니#재일위안부재판#나의마음은지지않았다#김민화#위안부피해자#일본정부소송#재일한국인#이중차별#법정투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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