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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아·민혜영·주강수·신한솔·이아영 저 『조선의 문인, 고양이를 담다』 출간(수류화개)
"쥐 잡는 고양이에서 청렴한 관리를, 게으른 고양이에서 무능한 관원을 보다" 이제현부터 김재화까지 500년, 조선 문인들이 고양이를 통해 펼친 철학적 사유와 사회 비판 77편 집대성
출판사 제공
조선시대 문인들에게 고양이는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었다. 이들은 고양이의 생태와 행동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그 속에서 인간이 본받을 덕목과 경계해야 할 행동을 발견했다. 쥐를 잡는 고양이의 의로운 모습에서는 탐관오리를 척결하는 청렴한 관리를, 잠만 자고 게으른 고양이에서는 직무를 유기하는 무능한 관원을 보았던 것이다.
경상국립대학교 한문학과 연구진이 1년여에 걸쳐 완성한 『조선의 문인, 고양이를 담다』가 수류화개에서 출간됐다. 구경아(한국국학진흥원), 민혜영(한국유교문화진흥원), 주강수·신한솔·이아영(경상국립대학교 한문학과) 등 한문학 전공 강독팀이 조선 전 시기에 걸쳐 고양이를 소재로 한 문학 작품 77편을 집대성한 연구 성과물이다.
이 책은 시 49편과 산문 28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거정의 대작 <오원자부(烏圓子賦)>부터 정약용의 <고양이 노래>까지, 당대 최고 문장가들이 고양이를 통해 펼친 철학적 사유와 사회 비판이 담겨 있다.
조선의 대표 문인들은 고양이를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제현은 <고양이에 대한 잠>에서 고양이의 본분을 일깨웠고, 이색은 <고양이가 새끼를 낳다>와 <고양이와 개의 싸움>을 통해 생명과 갈등에 대한 성찰을 보여줬다. 서거정은 <오원자부>에서 고양이의 생태를 상세히 묘사하며 인간 사회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조선 문인들이 고양이를 단순히 예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수광의 <잠만 자는 고양이>처럼 게으른 고양이를 질책하는 작품도 있고, 조문명의 <밉살스러운 고양이>, 권헌과 임광택의 <고양이를 꾸짖다> 등 고양이의 부정적 면모를 비판한 작품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산문 부분에서는 이륙의 <고양이가 서로 핥아주는 것에 대한 설>부터 임한주의 <고양이를 쫓아낸 것에 대한 설>까지 다양한 주제의 설(說) 형식 글들이 실려 있다. 이들 작품은 고양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인간 사회의 현상과 연결지어 해석하는 조선 문인들의 예리한 관찰력과 사유 체계를 보여준다.
이 책의 의미는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고 만물에서 배움을 찾으려 했던 조선 선비들의 인문학적 성찰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양이라는 일상적 존재를 통해 인간의 도리와 사회의 부조리를 탐구한 선조들의 지혜는 현대 사회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삶의 교훈을 전해준다.
책에는 원문과 번역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한문 독해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또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회화전공 이채원의 섬세한 고양이 그림이 책의 품격을 더한다.
현대 사회에서 이 책은 단순한 동물 예찬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제공한다. 500년에 걸친 조선 문인들의 고양이 관찰기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의미 있는 철학적 화두를 던진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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