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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카 마구로 저 『어차피 곧 죽을 텐데』 출간(알파미디어), "시한부 환자들만 모인 별장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역설"
"어차피 곧 죽을 사람을 굳이 죽일 필요가 있을까?" 제2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수상작
출판사 제공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들만 모인 모임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면? 현직 의사 출신 작가가 던진 충격적인 설정이 일본 미스터리계를 뒤흔들었다.
순환기 전문병원에서 심장과 뇌 치료에 종사하는 현직 의사 고사카 마구로가 데뷔작 『어차피 곧 죽을 텐데』로 제2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문고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이 작품은 "어차피 곧 죽을 사람을 굳이 죽일 필요가 있을까?"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미스터리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나나쿠마 탐정과 조수 야쿠인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하루살이회' 회원들의 모임에 초대받는다. "회원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들뿐입니다"라는 설명이 암시하듯, 이들은 모두 죽음이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외딴 숲속 별장 '야메이소(夜鳴荘)'에서 열린 모임 첫날은 평온했지만, 이튿날 아침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터진다. 홀 벽에 걸린 그림이 훼손당하고, 한 회원이 자신의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모임을 주최한 의사는 "오전 8시 29분에 사망을 확인했습니다"며 지병에 의한 자연사로 결론짓는다.
하지만 야쿠인은 의심을 거둬들이지 않는다. "타살 가능성이 완전히 부정되면 자연사라는 결론으로 봐도 되는 건가요?" 그의 집요한 추궁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열쇠가 된다.
작품의 독특함은 단순히 설정에만 있지 않다. "사람이 죽는 건 둘 중 하나예요. 수명을 포함한 불확실한 요인, 아니면 누군가의 의지. 그렇죠?"라는 대사처럼, 현직 의사인 작가는 의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각 인물의 병에 따른 증상과 사인을 하나씩 검증해나간다.
그런데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만약 앞으로 두 번째 희생자라도 나온다면"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특히 종반부에서 갑자기 시점이 바뀌며 "연극이야, 전부"라는 충격적 반전이 터지는 순간, 독자는 지금까지의 모든 추리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현직 의사라는 배경 덕분에 고혈압, 당뇨병, 말기 암 같은 지병을 관리하며 살아가는 노년 환자들의 일상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작가는 죽음을 앞둔 이들을 연민의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그녀 또한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몸이다. 현재 상태가 안정되어 있다 해도 언제 급변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생명이 머무는 동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린다.
평론가들의 반응도 뜨겁다. 마야 유타카는 "처음부터 끝까지 올가미뿐이다. 가장 큰 함정은 작풍 그 자체일 수도 있다"고 평했고, 오오모리 노조미는 "'내버려둬도 곧 죽을 사람을 왜 굳이 죽일 필요가 있을까?'라는 수수께끼가 이 작품에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작품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유행하는 '특수 설정 미스터리'와 달리 고전 미스터리의 정통 플롯을 고수하면서도 신선한 놀라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라는 현실적 소재를 본격 미스터리에 접목시킨 작가의 시도는 장르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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