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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소방관의 희생과 사랑 담은 추모의 그림책", 명수정 저 『세상을 켜요』 출간(달그림)

BIB 황금사과상 수상작가의 신작, "아빠는 자꾸자꾸 꺼요" 반복 구조로 가족 잃은 아이 마음 어루만져

양정현 2025년 9월 9일 오전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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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켜요.jpg출판사 제공

BIB 황금사과상과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한 명수정 작가가 순직 소방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 『세상을 켜요』를 달그림에서 출간했다. 이 책은 화재 현장에서 동료들을 먼저 내보내고 혼자 수색 작업에 들어갔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소방관의 안타까운 사연에서 출발했다.

작품은 "내가 켜면, 아빠는 꺼요"라는 반복 구조를 통해 아이와 아빠의 관계를 그려낸다. 아이가 기억하는 아빠는 '자꾸자꾸 끄는' 사람이다. 아빠는 두려움, 슬픔, 망설임, 어둠 같은 모든 세상의 제약을 끄고 아이에게 모든 가능성을 켜준다.

책에는 2021년 6월 물류센터 화재 현장의 실제 사연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1차 불길 진압을 마친 소방관은 동료들을 먼저 내보내고 남은 사람이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 화재가 일어난 건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건물 안에서 거대한 파도 같은 불길이 치솟았고, 홀로 건물에 들어간 소방관은 끝내 불길에 갇히고 말았습니다"라고 실제 상황을 전한다.

작가는 순직한 소방관이 누군가의 아버지였음에, 가족에게는 세상을 밝혀주는 해와 같은 존재였음에 마음이 닿았다고 밝혔다. 아이의 기억 속에 남은 아빠의 사랑을 시처럼 담아낸 이 작품은 추모의 기록이자 치유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아빠가 '꺼'주었던 것을 하나씩 떠올리는 아이의 시선을 따라간다. '해님과 달님', '고민과 망설임', '눈물과 세상', '놀이와 그만', '꿈과 깜깜함'과 같은 서로 대비되는 구체적인 이미지와 상징을 통해 아이의 세계를 긍정적으로 열어준다.

아이 앞을 가로막는 무언가를 '꺼'주던 아빠는 희생을 통해 세상을 '켜는' 존재가 되었다. 아이가 눈물을 켜면 세상을 꺼주던 아빠는 거리에 빨강이 켜지자 천천히를 끄고 달려간다. 누군가에게 뜨거움이 켜졌을 때, 아빠는 무서움을 끄고 뛰어들어 끝내 '세상을 켜는' 존재가 된다.

명수정 작가는 이전 작품들에서도 창의적이고 따뜻한 시선을 보여왔다. 『세상 끝까지 펼쳐지는 치마』에서는 활짝 펼쳐진 치마 속에 각 대륙의 치마를 수놓듯 담아냈고, 『피아노 소리가 보여요』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람들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음악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렸다.

이번 작품에서는 불과 해의 이미지를 통해 가족을 잃은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장면마다 잡아당겨서 전등을 '켜고 끄는' 줄 스위치를 넣어 일상 속 '켜고 끄는' 행위와 소방관으로서의 아빠가 '켜고 끄는' 행위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작가는 "세상을 켜 주신 어머니, 아버지와 모든 이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지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여백을 살린 구도와 그림에 연결된 글 배치 덕분에 마지막 장에서는 독자들이 '빛이 켜지는 순간'을 눈앞에서 마주한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양정현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9월 9일 오전 05:28 발행
#세상을켜요#명수정#달그림#순직소방관#BIB황금사과상#롯데출판문화대상#추모그림책#가족사랑#희생정신#치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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