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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청동기·철기 넘어 '목재 중심'으로 본 인류 문명사", 롤랜드 에노스 저 『나무의 시대』 출간(더숲)
"인류 성공의 열쇠는 나무와의 관계" 6천만 년 여정 통해 목재가 써내려간 문명의 장대한 이야기
출판사 제공
영국 헐 대학교 생물과학과 객원교수 롤랜드 에노스가 인류 문명을 '목재'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한 『나무의 시대』를 더숲에서 출간했다. 돌·청동·철이라는 전통적 역사 구분에서 벗어나 가장 친숙하고 유용한 재료인 목재를 중심으로 인류사를 재해석한 이 책은 출간 즉시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네이처》 등 세계 언론과 학술지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에서 목재는 분명 중심적인 재료였다"며 "목재는 인류의 장대한 진화와 문명의 여정을 지탱해준 핵심 소재였다"고 밝혔다. 숲을 헤매던 유인원에서부터 창을 던지던 수렵채집인, 도끼를 휘두르던 농부, 지붕을 올리던 목수와 종이책을 읽던 학자에 이르기까지 목재가 늘 함께했다는 것이다.
인류가 나무에서 내려오게 된 과정도 흥미롭다. "초기 인류는 목재가 마르면서 단단해진다는 성질을 활용해 땅을 파는 막대기를 만들어 새로운 식량원을 획득할 수 있었다"며 "두 번째 단계에서는 마른 목재가 불에 잘 탄다는 성질을 활용해 포식자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음식을 요리해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털을 잃은 과정에서도 목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움집 안에서 자면 밖에서 자는 것보다 체감온도가 약 4.4℃에서 5.6℃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며 "초기 인류의 몸에서 털이 사라질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나무 움집 안에서 잠을 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로써 "본래는 연약한 영장류였던 인류는 세상을 정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목재 관련 직업의 다양성도 놀랍다. "카펜터(목수)와 조이너(소목장이)뿐만 아니라 라이트(제조공), 휠라이트(바퀴 제조공), 십라이트(선박 제조공), 웨인라이트(수레와 마차 제조공), 버저(목공 장인), 보이어(궁장이), 플레처(화살 제조공), 터너(목선반공), 볼러(그릇 만들던 사람), 쿠퍼(통 만들던 사람), 소여(톱질꾼), 포레스터(산림 노동자), 콜리어(숯 만들던 사람)가 모두 그렇다"며 "철기시대는 목재가 사람들의 생활을 지배했던 시대"라고 강조했다.
흥미롭게도 부유층일수록 목재 소비가 많았다는 역설도 지적한다. "부유층과 권력층은 음악에 대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들보다 목재가 훨씬 덜 지배하는 세계에 살았다. 그런 그들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목재 소비가 요구되었다는 점은 참으로 역설적이다"라며 "부자들은 평범한 목재는 쓰고 싶지 않았지만, 그런 목재를 사용해서 다른 값비싼 소재를 생산하는 방법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목재를 쓰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목재의 부정적 영향도 언급한다. 목재로 만든 무기의 발달이 인류를 최상위 포식자로 만들었지만, 그 결과 대량 멸종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유럽의 매머드와 털 코뿔소, 북아메리카의 마스토돈과 말, 오스트레일리아의 거대 웜뱃과 거대 캥거루 등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환경 위기 시대의 해법도 제시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산림은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그래도 지구상에는 여전히 3조 그루가 넘는 나무가 지구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며 "나무와 산림, 그리고 그로부터 생산되는 목재와 우리 사이의 어긋나버린 관계를 바로잡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교수이자 나무의 기계적 특성 전문가로, 끊임없는 호기심을 독자와 나눈다"고 평가했고, 《뉴욕타임스》는 "벌목에서 대장장이, 조선술과 제지술까지 나무로 만든 모든 것에 특별한 애정과 관심을 쏟아낸다"고 찬사를 보냈다.
장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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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초보 회계』출간(김우철, 어깨위망원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