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도둑맞은 집중력》의 베스트셀러 작가 요한 하리가 마약과의 전쟁 100년사를 추적한 『마약 전쟁』을 어크로스에서 출간했다. 2015년 현지 출간 후 미국의 마약 정책 논의를 전환시키며 오스카 후보작 영화로도 제작된 이 책은 마약 금지 정책의 실패와 대안을 제시하는 논쟁적 문제작이다.

요한 하리는 마약 전쟁의 시작부터 추적한다. 20세기 초까지 자유롭게 유통되던 마약들이 1914년 미국의 '해리슨마약법' 통과로 금지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초대 연방마약국장 해리 앤슬링어는 마약국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소수 인종에 대한 편견을 활용했다.

특히 재즈가수 빌리 홀리데이의 사례가 충격적이다. 헤로인 중독자였던 홀리데이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흑인 학살을 폭로하는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표적수사의 대상이 되어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반면 같은 헤로인 중독자였던 백인 여성 주디 갈랜드는 앤슬링어의 도움으로 회복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저자는 마약 단속의 역설을 지적한다. "대마초에 대해 갖가지 질문을 던지는 편지를 과학 전문가 30명에게 보냈다. 그중 29명이 대마초 금지는 옳은 방법이 아니며, 언론이 대마초와 관련해 대단히 잘못 전하고 있다고 답장했다. 앤슬링어는 그들의 말을 무시하기로 마음먹고, 대마초는 엄청 위험하므로 근절되어야 한다고 믿는 한 전문가의 말만 인용했다."

마약 단속이 강화될수록 폭력 범죄가 증가하는 현상도 분석한다. 뉴욕시 경찰관 마이클 레빈은 맨해튼의 마약 밀매업자 100명 중 80명을 검거했지만, 며칠 만에 새로운 거래자들이 시장 공백을 메웠다. 더 심각한 것은 핵심 인물 체포 후 권력 다툼으로 인한 조직 간 암투와 살인이 급증한다는 점이다.

중독에 대한 기존 인식도 뒤집는다. "마약 사용자 중 10퍼센트만이 마약으로 인한 문제를 일으킨다. 마약을 사용하는 사람들 중 90퍼센트 정도, 압도적인 다수는 마약으로 해를 입지 않는다"며 이는 "마약과의 전쟁을 전 세계적으로 지휘하는 유엔 마약통제국에서 내놓은 수치"라고 밝혔다.

중독의 본질에 대해서는 브루스 알렉산더의 '쥐 공원' 실험을 통해 "중독은 약물의 화학적 속성보다는 상실·고립·사회적 단절에서 비롯된 인간의 외로움에 대한 반응"이라고 주장한다. 병원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은 환자들이 퇴원 후 중독되지 않는 현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성공적인 대안 사례도 제시한다. 스위스는 중독자들이 위생적이고 안전한 환경에서 약물을 투여받을 수 있는 주사 센터를 운영해 중독자들이 직장과 가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포르투갈은 마약 사용을 비범죄화하고 경찰이 체포 대신 상담자 역할을 맡도록 했다.

포르투갈 정책의 핵심을 이렇게 설명한다. "마약 금지는 공포와 폭력을 통해 사람들이 마약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외부에서 막는 방법을 바탕으로 삼는다. 반면 포르투갈의 대안은 마약은 사라지지 않으니, 폭력 대신 사람들에게 자신감, 지식, 지지 같은 내적인 도구를 주어서 스스로 올바른 결정을 내리게 해야 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삼는다."

치료 현장의 철학도 인상적이다. "그들을 최대한 인간적으로 대하려고 노력하는 일이 우리의 방법이에요. 그저 그들을 위해 옆에 있어주는 거예요. 엉망진창인 그들의 삶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지 충고하지 않아요. 그저 그들과 삶을 함께하죠."

이 책은 마약 문제를 범죄로만 다뤄온 기존 접근이 중독자를 사회로부터 더 단절시키고 폭력의 악순환을 키워왔다고 비판하며, 회복과 재통합 중심의 정책이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