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에티스피어(Ethisphere) 선정 경영 윤리 분야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린 하버드 경영대학원 맥스 베이저먼 교수가 조직과 사회를 병들게 하는 '공모'의 문제를 파헤친 『우리는 어떻게 공범이 되는가』를 민음사에서 출간했다.

저자는 12·3 비상계엄 당일 상부 명령에 따라 국회의사당에 진입한 장병들부터 터무니없는 목표치를 제시해 직원들의 불법행위를 조장한 경영진까지,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악행의 공범이 되는지를 분석한다.

책에서 다루는 대표적 사례들을 보면, 미국 오피오이드 위기를 초래한 제약사 퍼듀 파마에는 중독을 조장하는 판매 전략을 수립한 컨설팅 회사 매킨지, 마약성 진통제를 과다 처방한 의사들, 의심스러운 발주량을 신고하지 않은 유통업체들이 있었다. 위워크의 경우 벤처 캐피털 회사들이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를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테라노스 사기극에는 월그린이 기술 의혹을 무시하고 혈액검사 키트를 입점시켰다.

저자는 "애덤 뉴먼의 사업을 통해 돈을 벌려는 투자은행들은 뉴먼이 계속 위워크의 가치에 대해 망상에 빠져 있도록 두었다"며 "모건스탠리는 위워크 기업 가치를 1040억 달러로, 골드만삭스는 960억 달러에 가까운 금액을 권했다"고 지적했다.

공모자가 되는 심리적 기제도 분석했다. "우리가 그런 현실을 눈치채지 못한 것은 현존하는 체제에 순응하는 인간의 일반적인 성향 탓"이라며 "그 체제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특히 카리스마형 지도자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종교 지도자든, 기업 총수든, 정치 지도자든, 지도자를 맹목적으로 믿으면 합리적 사고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며 "짐 존스, 엘리자베스 홈스, 애덤 뉴먼과 같이 추종자들에게 합리적 사고를 포기하라고 부추기는 카리스마형 지도자들은 특히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비현실적 목표 설정도 문제로 지적했다. "최근 가장 두드러진 기업 스캔들만 봐도 근본 원인은 대개 구체적이고 달성하기 힘든 목표에 있었다"며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건을 예로 들었다. "높은 매출 목표는 직원들이 차량 배기가스 시험에서 속임수를 쓰고 거짓말을 하게 만든 핵심 유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공모를 피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인간은 미래의 행동을 계획할 때는 도덕적인 선택을 더 많이 하지만, 실제로 행동을 취해야 할 때는 유용한 선택을 하는 경향이 더 크다"며 "우리가 공모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때는 중요한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하는 순간이 아니라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성범죄 신고를 위한 '정보 에스크로' 제도도 소개했다. "피해자는 에스크로에 비공개로 고발을 넣고, 동일 가해자에 대한 혐의가 최소 두 번 이상 접수될 때만 적절한 당국 기관에 정식으로 고발장을 제출한다"며 "많은 대학 캠퍼스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돕는 방편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앤절라 더크워스는 추천사에서 "우리 대부분은 자기 행동이 윤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맥스 베이저먼은 이것이 얼마나 큰 착각인지 설명한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