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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여성 성인영화감독, 하버드·MOMA가 재평가한 전복적 천재", 김효정 편저·번역 『도리스 위시먼의 영화들』 출간(교유서가)

"지옥에 가서도 영화를 만들겠다" 선언한 섹스플로이테이션의 여왕, 31편 제작한 C급 영화의 페미니즘적 재해석

손선영 2025년 9월 8일 오전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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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위시먼의 영화들.jpg출판사 제공

세계 최초의 여성 성인 영화감독 도리스 위시먼을 조명한 『도리스 위시먼의 영화들』이 교유서가에서 출간됐다. 영화학자이자 영화평론가 김효정(몰리 김) 박사가 편저하고 번역한 이 책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총 31편의 영화를 제작한 위시먼 감독의 작품 세계를 다각도로 분석한다.

도리스 위시먼은 포르노 영화가 성행하기 이전 '누디 큐티스(nudie cuties)'라는 나체 영화로 시작해 섹스플로이테이션의 하드코어 영화, 퀴어 다큐멘터리, 에로틱 호러까지 다양한 성인 영화를 연출·제작했다. 영화사상 가장 많은 편수의 영화를 만든 여성 감독이기도 하다.

특이한 점은 위시먼의 '섹스 영화'에는 정작 섹스가 없다는 것이다. 대표작 〈더블 에이전트 73〉에서 여성 스파이 '제인'은 범인들을 유혹해 침대로 끌어들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서 섹스신은 생략되고 에로티시즘은 공중분해된다. 에로틱한 시퀀스가 등장할 만한 분위기에서는 반드시 의자 다리, 화분 등 전혀 상관없는 오브제들이 정물화처럼 등장해 관객들의 음탕한 기대를 산산히 부순다.

여성 누드의 재현 방식도 독특하다. 위시먼의 영화에서 여성의 누드는 더 나은 시각화를 위해 파편화되거나 신화화되지 않는다. 여배우들의 몸은 그저 평범한 풍만한 몸집에 주름이 적당히 있는 일상의 육체일 뿐이다. 이러한 방식은 여성 누드의 대상화와 관음주의를 타파하는 위시먼만의 고집스러운 전통이었다.

1995년 한 기자가 여성 포르노 배우에 관한 기사를 위해 위시먼에게 연락했을 때, 그녀는 "나는 포르노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라고 퉁명스럽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익명의 전직 포르노 스타는 "도리스는 최악이었어요. 그녀는 섹스에 대한 감각이 전혀 없었어요"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위시먼은 하버드대학, MOMA를 포함한 명문대학교와 세계 대표 예술기관에서 재평가받고 있는 유일무이한 섹스플로이테이션 감독이다. 책에 참여한 학자들은 "위시먼의 영화들이 어떤 방식과 기술적인 속임수로 여성 착취의 전통을 전복했는지에 대한 역사적인 재평가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앤 호킨스는 서문에서 "이 책은 착취와 언더그라운드 분야의 주목할 만한 공백을 메울 뿐만 아니라 착취와 주류 영화와의 관계에 대한 더 큰 질문을 던진다"며 "독립 제작에 뛰어든 여성들에게 열려 있는 길과 미국 독립영화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종종 간과되는 여성들의 역할에 대해 탐구한다"고 밝혔다.

이해영 영화감독은 추천사에서 "'지옥에 가서도 영화를 계속 만들겠다'던 그녀의 선언이 반드시 이뤄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며 "타고난 재능을 누리는 축복보다, 극성과 근성으로 끝까지 버텨낸 쪽이 피부에 더 와닿기 마련이다"라고 평가했다.

손선영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9월 8일 오전 06:50 발행
#도리스위시먼의영화들#김효정#몰리김#교유서가#섹스플로이테이션#여성영화감독#페미니즘영화이론#누디큐티스#하드코어영화#C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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