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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그레이엄 고전을 수채화로 재탄생", 미셸 플레식스 각색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그래픽 노블 출간(길벗어린이)

7개 국제상 수상작, "서로 다른 이들이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 전달

장세환 2025년 9월 4일 오전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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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에 부는 바람.jpg출판사 제공

케네스 그레이엄의 불멸의 고전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을 프랑스 작가 미셸 플레식스가 그래픽 노블로 각색한 작품이 길벗어린이에서 출간됐다. 1999년 독일 올해의 최우수 아동 작품상, 2000년 앙굴렘 만화 페스티벌 인기상 등 총 7개 상을 수상한 화제작이다.

원작은 1908년 케네스 그레이엄이 시력이 약해 마음껏 뛰놀지 못했던 아들을 위해 들려주던 이야기를 동화로 펴낸 작품이다. 강가를 사랑하는 음유 시인 물쥐, 모험을 선택한 두더지, 호기심 많은 사고뭉치 두꺼비, 과묵하고 사려 깊은 오소리가 서로 도와 살아가는 이야기로 "영국 문학의 보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픽 노블의 재미는 캐릭터들의 생생한 대화에서 드러난다. 처음 만난 물쥐와 두더지의 대화 장면에서 물쥐는 배를 뒤집은 두더지를 위로하며 "그렇게까지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물쥐가 물에 젖는 걸 두려워할 리 없잖아"라고 말한다. "물쥐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한 두더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어요. 물쥐는 두더지가 민망할까 봐 고개를 살짝 돌렸지만 우린 다 봤지요"라는 서술이 따라온다.

두꺼비의 재판 장면은 유머와 풍자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자동차 절도 등의 죄목으로 기소된 두꺼비에게 판사는 "식당에서의 무전취식죄 6개월, 차량 도난과 도주 시도 12개월, 난폭 운전 2년 반, 관할 지역 경찰에 대한 모독 15년, 도합 19년"이라며 "편의상 반올림하여 20년으로 합시다"라고 선고한다. "20년간 친구들과 크로케 놀이도 못하고, 20년간 정오에 침상에서 아침상을 받지도 못하고"라는 두꺼비의 절망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액션 장면도 흥미진진하다. 두꺼비의 집을 되찾는 마지막 전투에서 "엄청난 난투극이었어요! 친구들은 넷뿐이었지만 어찌나 잽싸게 움직이고 공격하고 소리를 질러 댔는지 마치 군대가 통째로 들이닥친 것 같았죠"라며 상황의 역동성을 전달한다.

미셸 플레식스는 뛰어난 수채화 기법으로 영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재현했다. 특히 물쥐와 두더지가 처음 만나는 강가의 봄 풍경, '목가의 신'을 만나는 숲의 절경에서는 마네, 모네, 고흐, 클림트의 명화를 응용해 강렬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세진 번역가는 젊은 독자들의 입말과 정서를 고려해 세련되게 가공한 문장들로 원작의 매력을 현대적으로 되살렸다. 한 세기 전 영국 문학이 그래픽 노블로 재탄생하고, 다시 한국 독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번역의 묘미가 빛난다.

출판사는 "개성 만점의 다양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 그 속에 비치는 우리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며 "달라도 너무 다른 네 주인공이지만 서로를 위하고 챙기며 이 넓고 삭막한 세상을 함께 헤쳐나가는 모습에서 든든함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9월 4일 오전 05:57 발행
#버드나무에부는바람#미셸플레식스#케네스그레이엄#이세진#길벗어린이#그래픽노블#앙굴렘만화페스티벌#영국고전문학#아동문학#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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