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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이 우크라이나에 가한 의도적 기근의 참혹한 진실", 앤 애플바움 저 『붉은 굶주림』 출간(글항아리)
"400만 명 우크라이나인이 굶어 죽은 홀로도모르, 식량을 무기화한 제노사이드"

퓰리처상 수상 역사학자 앤 애플바움이 스탈린의 우크라이나 대기근을 집중 조명한 『붉은 굶주림』을 출간했다. 1932-1933년 40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굶어 죽은 홀로도모르(대기근)를 "유럽 역사상 최악의 기아이자 소련이 자국민에게 식량을 무기로 휘두르며 일으킨 전쟁"이라고 규정한 작품이다.
애플바움은 스탈린과 측근들의 서신, 비밀경찰 보고서, 지역 당 하달 서류 등을 종합해 이 기근이 철저히 기획된 내전이었음을 밝혀냈다. "1932년 초봄 소련 전역에서 비밀경찰들이 보고서를 써재꼈다.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그대로 받아 적으면 그게 지옥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저자는 우크라이나 민족과 농민이 거의 동의어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민족운동이 대개 농촌에서 우크라이나어와 문화를 복원하는 것부터 시작했다"며 "스탈린의 농민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멸시는 러시아에 위협이 될 일말의 민족성마저 싹을 짓밟겠다는 편집증의 일환"이었다고 분석했다.
굶주림의 참혹함도 구체적으로 기록됐다. "굶주린 인간의 육체는 먼저 체내 포도당을 소비하고 지방을 태운다. 곧이어 신체 스스로 단백질까지 분해하며 조직과 근육을 먹어치운다"며 "그러나 생존자는 굶주림이 '영혼을 훼손'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 기근이 단순한 식량 부족이 아닌 의도적 제노사이드였음을 강조한다. "스탈린은 우크라이나를 소비에트화하고자 했고 그 수단은 기아였다. 식량은 무기화되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심을 샀다"며 수색대가 "왜 아직까지 살아 있냐고?" 물었다고 기록됐다.
저자는 소련 전역의 기근과 우크라이나 특수 상황을 구분해 접근했다. "나치의 잔학 행위라는 전반적 역사와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이라는 구체적 이야기를 혼동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역사적 맥락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의 연관성도 제시한다. "100년 전에 우크라이나 땅에 가해진 저주가 반복되고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 민족은 소련의 악몽처럼 어김없이 되돌아왔고, 스탈린은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티머시 스나이더는 "앤 애플바움의 해석은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정치적 잔혹 행위를 이해하는 표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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