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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증언으로 바꾸다, 『흔적』 신간 출간(에이에스)
JMS 피해 생존자 입 메이플, 10년의 기록으로 ‘신의 이름 뒤’ 폭력을 고발하다
출판사 제공
법정의 공기가 뒤집혔다. “할 수 있다고!!!” 입 메이플의 단호한 외침은 신앙의 언어로 포장된 폭력의 가면을 찢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나는 생존자다’의 핵심 증인인 그가 10여 년의 시간을 정면으로 응시한 기록 『흔적』을 에이에스에서 펴냈다. 조성현 PD와 김도형 단국대 교수의 권유, 그리고 “더는 같은 피해가 나오지 않게 하려는” 결심이 펜을 들게 했다. 메이플은 가스라이팅과 조직적 통제, ‘믿음’이라는 미명으로 수행된 착취를 세밀한 체감의 언어로 복원한다. “나는 멍청해서 속았고, 바쳤고, 그래도 진실을 밝혔다.” 그 문장은 더 이상 피해자의 탄식이 아니라, 사회를 향한 경고다.
책은 2010년 첫 만남부터 2023년 증언까지, “비밀 지키기” “관리” “하나님의 애인” 같은 명목의 훈육과 통제를 해부한다. 월명동과 316관을 오가며 수행원으로 살았던 시간, “전도 대상: 젊고, 아름답고, 키가 큰 여자”로 수치화된 시선, 편지·일기·재교육으로 뼈대가 짜인 복종의 구조가 어떻게 일상을 점령하는지 드러난다. 메이플은 스스로 공범의 그림자로 끌려 들어가던 순간들까지 숨김없이 적는다. 기록은 사건의 나열이 아니다. 세뇌→통제→각성→증언으로 이어지는 탈출의 지형도다. 독자는 그 길 위에서 ‘왜 빠져나오기 어려운가’라는 구조적 질문과 마주한다.
비공개 증인신문장의 모욕, ‘의심’으로 증언을 지우려는 질문들, “증인, 쉬실래요?”에 “착한 척하지 마세요”로 맞서는 장면은, 신앙을 빌린 권력의 언어에 더는 무릎 꿇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김도형 교수는 “그 악행을 끝장낸 메이플에게 한국 사회가 빚을 졌다”고, 조성현 PD는 “왜 그가 한국에서 온 사교와 싸워야 했는가”를 묻는다. 홍콩 성폭력위기지원센터 임혜민, 엑소더스 최진영의 서문까지 더해진 연대의 페이지들은, 개인의 용기를 사회적 변화로 연결한다. 지난한 법정 투쟁 끝에 유죄가 확정되기까지의 시간 또한 이 기록의 무게를 가늠케 한다.
『흔적』은 상처의 회고록을 넘어, 재발 방지의 매뉴얼이다. 강요된 믿음·조직적 통제·탈출을 어렵게 설계한 ‘덫’의 작동 방식을 투명하게 보여줌으로써, 피해의 전조를 사회가 조기에 감지하도록 만든다. 편집자는 쓴다. “그는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었다. 광기의 굴레를 끊어낸 증인.” 메이플의 결론은 간단하다. “나는 더 이상 유다가 아니다. 나는 증인이다.” 그 명료한 자기호명은 우리 모두가 이어 써야 할 첫 문장이다. 신의 이름 뒤에 숨은 폭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제, 증언이 우리의 방어선이 된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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