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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필생의 프로젝트' 원작, 정리해고당한 가장의 극한 취업 투쟁기",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장편소설 『액스』 출간(오픈하우스)

"필요하다면 그를 죽여야 했다" 2년째 실업자가 내린 냉혹한 결론

손선영 2025년 9월 2일 오전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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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jpg출판사 제공

박찬욱 감독이 '필생의 프로젝트'로 꼽았던 소설 『액스』가 영화 「어쩔 수가 없다」 개봉을 앞두고 새로운 표지로 출간됐다. 에드거 상 3회 수상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이 작품은 1997년 미국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가 그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도끼'를 뜻하는 '액스(ax)'는 '정리해고'의 의미도 가진다. 23년간 제지회사에서 성실히 근무하던 중산층 가장 버크 데보레가 하루아침에 정리해고를 당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나는 버려진 게 틀림없었다"며 절망하던 그는 2년째 힘겨운 구직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작품의 핵심은 데보레가 세운 기막힌 계획이다. 그는 잡지에 가상의 제지회사 관리자 채용 광고를 낸다. 사서함에 쌓인 이력서 중에서 자신보다 좋은 조건을 가진 경쟁자들을 추려낸 후, 충격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만약 버크가 이력서를 넣은 회사에 이들도 지원한다면 인사 담당자는 당연히 버크가 아닌 이들 중 한 명을 뽑을 것이다. 그러니 이들은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

소설 속 데보레의 심리 변화가 섬뜩하다. "나 자신이 제어되지 않았다. 자꾸 머릿속에 많은 가능성이 떠올랐다. 만약 그가 해고된다면, 다발성경화증 같은 소모성 질환에 시달려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면, 불운하게 생을 마감하게 된다면"이라며 상상하던 그는 마침내 "필요하다면 그를 죽여야 했다"는 극단적 결론에 이른다.

박찬욱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 "어떤 이론서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노동자의 처지를 정확하게 묘사한 소설"이라며 "무릇 월급쟁이라면 다 읽어야 한다"고 극찬했다. 그는 "'액스'는 직장에서 해고될 때 '도끼질 당했다'고 하는 영어 표현에서 나온 제목"이라며 "해고된다는 건 실제로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기업이 '정리해고는 어쩔 수가 없다'고 한 것처럼 데보레 역시 '살인은 어쩔 수가 없다'고 말하는 대칭 구조를 통해 신자유주의의 모순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연일 주가가 고공행진하던 1996년 미국 사회 이면의 산업자동화 피해자들의 운명을 다룬 이 소설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는 미국 브루클린 출생으로 200번 넘는 거절을 당한 끝에 1954년 작가로 데뷔했다. 범죄소설 분야의 독보적 존재로 백 권 넘는 작품을 발표하며 대중문학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악당 파커' 시리즈를 쓴 '리처드 스타크'라는 필명으로도 유명하다.

각국 언론의 찬사도 이어졌다. 가디언은 "옳고 그름을 가늠하는 독자들의 기준을 사정없이 뒤흔들어 놓는다"고, 뉴욕 타임스는 "소름이 돋을 만큼 도발적이고 구성이 탄탄하다. 조너선 스위프트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손선영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9월 2일 오전 05:24 발행
#액스#도널드웨스트레이크#박찬욱#어쩔수가없다#정리해고#최필원#오픈하우스#뉴욕타임스올해의책#에드거상#중산층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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