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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튀르키예까지』 신간 출간(문학사상)

하루키가 걸어낸 성(聖)과 속(俗)의 땅, 여행이 던진 깨달음

장세환 2025년 8월 29일 오전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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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jpg출판사 제공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튀르키예까지』(문학사상)가 출간됐다. 하루키는 소설뿐 아니라 여행과 음악, 스포츠를 다룬 에세이로도 세계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책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 한창이던 시기에 작가가 직접 그리스와 튀르키예를 여행하며 쓴 기록을 모은 작품으로, 30여 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생생한 울림을 전한다.

하루키는 장편 소설을 집필하다가도 ‘정신적 산소 결핍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에세이를 쓴다고 말한다. 다른 글쓰기를 통해 창문을 열고 신선한 공기를 들여오듯, 여행기를 쓰며 얻은 호흡은 다시 소설 속으로 녹아들어 갔다. 실제로 그는 이 시기 『상실의 시대』와 『댄스 댄스 댄스』를 완성했고, 동시에 『먼 북소리』와 이번 책을 써냈다. 그에게 소설과 에세이는 서로를 지탱하는 양 날개였던 셈이다.

이번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리스 아토스반도다. 외교부의 특별 허가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금녀의 땅’에서, 하루키는 수도원들의 고요와 수도사들의 삶을 바라보며 ‘성(聖)’의 의미를 되묻는다. 장대비와 험한 지형 때문에 고생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는 “투명함이 다른 차원의 푸르름”이라 묘사한 바다와 고립된 세계에서 인간의 근원적 사색을 경험한다.

이어 떠난 튀르키예는 정반대의 ‘속(俗)’의 세계였다. 군인과 검문소가 가득한 국경지대, 불볕더위와 먼지, 양 떼로 가득한 길 위에서 그는 여행자의 고단함을 견뎌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시골 빵집에서 맛본 빵과 차이(차)는 “지금껏 먹어본 빵 중 최고”라고 기록하며, 일상의 단순한 음식이 지친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됨을 깨닫는다.

책 속에서 하루키는 “여행은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기에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길을 잃어야만 낯선 풍경과 마주하고, 불편을 견뎌야만 진짜 공기의 냄새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여행의 본질을 “공기를 마시는 일”에 비유하며, 시간이 흘러 기억은 바래도 그때의 공기는 마음속에 남는다고 썼다.

이번 책에는 하루키와 동행한 사진가 마쓰무라 에이조가 촬영한 흑백사진 144컷이 함께 실려 있어, 글과 사진이 어우러진 생생한 여행 체험을 전한다. 성과 속의 대비 속에서 삶의 균형을 고민하고, 예기치 못한 불편 속에서 자유와 기쁨을 발견한 하루키의 여행은 오늘의 독자에게도 새로운 울림을 던진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8월 29일 오전 05:04 발행
#무라카미하루키#여행에세이#그리스#튀르키예#아토스반도#문학사상#상실의시대#댄스댄스댄스#성과속#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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