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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길을 묻는 재판관의 성찰 『호의에 대하여』 출간(김영사)
삶과 법정에서 발견한 ‘호의’의 의미, 문형배 전 재판관 첫 에세이
호의에 대하여
헌법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올해 4월 퇴임한 문형배 재판관이 첫 에세이 『호의에 대하여』(김영사)를 출간했다. 그는 30년 가까이 법관으로 일하며 남긴 1,500여 편의 기록 가운데 120편을 추려 담았다. 책은 일상의 단상, 두세 번 이상 읽은 고전의 감상, 그리고 법원과 사회에 대한 제언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 재판관은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고자 애썼던 판사의 기록”이라고 밝히며, 평범한 하루와 작은 호의가 세상을 지탱한다고 강조한다.
책에는 재판 과정에서 직접 마주한 장면들이 생생히 담겼다. 자살을 시도했던 피고인에게 “열 번 소리 내어 말하면 ‘자살’이 아니라 ‘살자’로 들린다”고 권유해 삶을 붙잡게 한 일화, 조정 과정에서 녹차 한 잔과 낡은 우산이 분쟁을 풀어낸 경험, 공직 부패에는 엄정하되 사회적 약자에게는 상담과 치료 프로그램을 제안한 판결 등이 소개된다. 저자는 호의가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설명한다.
문 재판관은 무경험을 독서로 메우고 소신을 키웠다고 고백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같은 고전을 다시 읽으며 재판과 문학의 연결을 찾았다. 그는 “문학은 보편적 진실을, 재판은 구체적 진실을 추구한다”며 두 영역이 서로에게 필요한 이유를 역설한다. 또한 느티나무, 자작나무, 고로쇠나무를 통해 삶의 의미를 성찰하며, 나무처럼 평범하고 묵묵한 존재가 사회를 지탱한다고 기록한다.
『호의에 대하여』는 판사라는 직업을 넘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고민과 성찰을 풀어낸다. 그는 사형 선고를 단 한 차례도 내리지 않은 법관으로, “생명의 경중을 누가 결정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또 “남을 비판할 때 사용한 잣대로 스스로를 돌아보겠다”며 스스로에게 호의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한다. 이 책은 권위보다 공감, 통제보다 이해를 강조하며, 각자의 삶 속에서 작은 호의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 묻는다.
손선영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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