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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검정고무신』 캐릭터 계약 무효 판결 – 출판사, 故 이우영 작가 유족에 배상금 지급해야
“창작자의 권리 침해”… 1심 뒤집은 항소심 판결
검정고무신 4권 표지(출판사 제공)
만화 『검정고무신』의 그림작가 고(故) 이우영 씨 유족이 출판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항소심 법원이 유족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민사4부는 28일 “출판사 대표 장진혁과 계열사 형설앤은 공동으로 유족에게 약 4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1심에서 계약을 유효하다고 본 것과 달리, 기존 계약 효력을 부정하고 창작자의 권리를 재확인했다. 특히 재판부는 출판사 측이 더 이상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무단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하며 창작물 보호의 새로운 근거를 마련했다.
『검정고무신』은 1990년대 큰 인기를 얻은 만화로, 이우영 씨가 그림을, 이영일 씨가 스토리를 맡았다. 2008년 이우영 씨는 출판사와 세 차례 사업권 계약을 체결했는데, 문제는 3차 계약이었다. 계약 기간을 별도로 두지 않은 채 원작과 모든 이차적 사업권을 출판사 측이 행사하도록 한 조항이 포함된 것이다. 이우영 씨는 저작권 일부를 양도했음에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고, 오히려 원작자로서 캐릭터를 활용한 창작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됐다며 계약 무효를 주장했다. 반면 출판사 측은 “창작자가 계약 내용을 어기고 무단으로 활동했다”며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분쟁은 장기간 이어졌고, 이우영 씨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다 2023년 3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소송은 유족에게 이어졌다. 1심은 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하며 유족 측이 출판사에 7400만 원가량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이번 항소심은 정반대의 결과를 내렸다. 재판부는 계약의 불합리성을 인정하며 원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고인의 억울함을 일정 부분 해소했다.
이번 판결은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평등한 계약에 대해 사법부가 제동을 건 사례로 의미가 크다. 출판사와 제작사 중심의 관행에 맞서 창작자의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유족 측 변호인은 “창작자의 권리를 회복한 판결”이라 평가하며 “이 사건을 계기로 문화 산업 전반에서 저작권 계약의 공정성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이번 판결을 창작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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