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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 질환 너머의 얼굴” 『높고 낯선 담장 속으로』 출간(출판사명)
교도소 상담실에서 만난 정신질환 범죄자들의 목소리, 그리고 우리 사회가 외면한 질문
출판사 제공
정신전문간호사이자 범죄심리사인 조은혜 작가가 『높고 낯선 담장 속으로』를 통해 교도소 상담실에서 마주한 정신질환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은 범죄와 질환의 단순한 연관성을 넘어, 낙인과 편견, 그리고 그 이면에 숨은 사회적 고통을 함께 성찰하게 한다. 저자는 “나는 ‘범죄’나 ‘질환’이 아닌 ‘사람’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고백하며, 언론과 사회가 보지 않으려 했던 이들의 얼굴을 기록한다.
책 속 사례들은 충격적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수감된 딸, 두 딸을 학대한 아버지, 어린 아들을 굶겨 숨지게 한 친모. 뉴스에서는 ‘괴물’로 불리는 이들이지만 상담실에서 마주한 그들은 환청에 시달리고, 죄책감과 자기 혐오로 몸부림치며, 때로는 병을 핑계로 스스로를 속이는 연약한 인간이다. 저자는 이들을 이해할수록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은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그럼에도 묻는다. 우리는 그들을 끝내 ‘범죄자’라는 낙인으로만 남겨도 되는가?
저자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일반인보다 높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언론이 자극적으로 확산시키는 ‘정신질환=잠재적 범죄자’라는 낙인을 비판한다. 그러면서도 피해자의 고통이 가려지지 않도록, 범죄자와 피해자 사이의 균열을 동시에 응시한다. 상담 기록 속에는 “죄와 사람을 분리하라”는 무거운 충고와 함께, 사회가 감당해야 할 구조적 과제가 선명히 드러난다. 결국 이 책은 범죄자를 이해하기 위한 기록이자, 사회 안전망의 빈틈을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기록이다.
『높고 낯선 담장 속으로』는 2025 경기도 우수출판물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며 그 가치와 시의성을 인정받았다. 저자는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오래 머물기 위해, 그들을 다시 세상과 이어줄 실낱같은 희망의 끈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책을 덮고 나면 독자는 ‘정신질환 범죄자’라는 무거운 단어 뒤에 숨은 한 인간의 목소리를 오래도록 떠올리게 된다.
손선영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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