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밀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밀실수집가』 출간(리드비)
불가능 범죄의 마술사, 오야마 세이이치로가 남긴 신본격 미스터리의 정수

리드비가 일본 본격 미스터리의 대가 오야마 세이이치로의 걸작 『밀실수집가』를 출간했다. 이 작품은 2012년 발표와 동시에 “역대 최고의 밀실 미스터리에 버금간다”는 찬사를 받으며 제13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2위에 올랐다. 발표 10여 년 만에 한국에 소개되는 이번 번역 출간은 미스터리 독자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고전적 ‘밀실’이라는 주제를 현대적으로 되살려낸 이 작품은 오야마의 작가 경력을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대표작이다.
『밀실수집가』는 1937년 교토부터 2001년 후쿠시마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를 배경으로 한 다섯 건의 밀실 살인 사건을 연작 단편 형식으로 묶었다. 닫힌 교실 안에서 총성이 울리고, 철저한 감시 속 빈집에서 시체가 발견되며, 아무도 없는 방에서 여성이 추락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밀실, 눈밭에 고립된 병원까지, 각각의 사건은 인간의 상식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불가능 범죄다. 사건이 막다른 길에 이르렀을 때 홀연히 등장하는 ‘밀실수집가’는 기묘할 만큼 간단하면서도 정교한 해법을 꺼내 보인다. 그는 시대를 초월한 듯 서른 살 전후의 모습 그대로 나타나 수수께끼를 풀고는 사라지며, 독자에게 마치 마술 쇼를 지켜보는 듯한 황홀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오야마의 작품은 존 딕슨 카, 애거사 크리스티 등 영어권 고전 미스터리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하다. ‘밀실수집가’라는 캐릭터는 크리스티의 ‘신비의 사나이 할리퀸’을 연상시키며, 「죽은 자는 왜 추락하는가」는 카의 『황제의 코담뱃갑』과 닮아 있다. 또 「이유 있는 밀실」은 카가 정리한 밀실의 네 가지 이유를 확장해 여덟 가지 유형으로 변주한다. 이러한 장치는 단순한 인용이나 패러디가 아니라, 고전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기법을 제시하는 창조적 계승이라 할 만하다. 바로 이 점이 평론가 아야츠지 유키토와 마야 유타카가 “고순도 퍼즐러의 집대성”이라 평한 이유다.
밀실은 미스터리 장르의 원형적 주제이자 영원한 난제다. 오야마는 『밀실수집가』에서 밀실이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서스펜스의 핵심임을 다시 증명한다. 그의 트릭은 정교하지만 독자를 압도하지 않고, 오히려 퍼즐을 풀어내는 과정 자체가 쾌감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이 책은 평생 밀실을 사랑해온 독자에게는 집대성 같은 선물이, 처음 본격 미스터리를 접하는 독자에게는 장르의 매력을 단숨에 깨닫게 하는 입문서가 될 것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그 놀라운 순간, 『밀실수집가』는 독자에게 미스터리의 원초적 즐거움을 환기한다.
손선영
언론출판독서TV
관련 기사


『개초보 회계』출간(김우철, 어깨위망원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