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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범 소설집 『보름달 아래 붉은 바다』 출간(소명출판)

4·3의 기억과 재일조선인의 서사, 다시 문학으로 살아나다

최준혁 2025년 8월 27일 오전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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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아래 붉은 바다.jpg출판사 제공

재일 조선인 문학의 거장 김석범 작가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발표한 세 편의 소설을 묶은 신작 소설집 『보름달 아래 붉은 바다』가 소명출판에서 출간됐다. 김석범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평생을 제주 4·3 사건과 재일조선인의 삶을 문학으로 기록해온 인물이다. 이번 소설집은 작가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노작가 K’를 화자로 삼아 개인적 체험을 넘어 사회적·역사적 맥락까지 총체적으로 사유하는 작품들로 채워졌다.


소설집의 첫 작품 「소거된 고독」은 노년에 이른 작가가 자신의 글쓰기 궤적을 돌아보며 ‘고독’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묻는 성찰적 서사다. 표제작 「보름달 아래 붉은 바다」는 1950년 7월 발생한 해상 학살을 배경으로, 재일 조선인으로서의 존재 문제와 4·3의 기억을 교차시킨다. 마지막 작품 「땅의 동통」은 『화산도』를 집필한 작가 K가 한국을 다시 찾으며 4·3과 현대사의 광맥을 되짚는 여정을 담았다. 세 작품은 서로 다른 시선으로 전개되지만, 모두 억압과 통제 속에서 지워진 죽은 자들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글쓰기라는 공통된 지향을 보여준다.


김석범의 문학은 언제나 어둡고 아프다. 그러나 그 속에는 억압에 저항하는 투쟁과 구제의 힘이 깃들어 있다. 이번 소설집은 ‘인간의 자유와 해방’을 주제로, 정치 권력에 의해 침묵당한 목소리를 되살리는 문학적 실천을 이어간다. 4·3의 희생은 단지 제주만의 사건이 아니라 4·19, 5·18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깊은 층위와 맞닿아 있음을 소설은 일깨운다.


김석범은 원고지 2만 장에 달하는 대하소설 『화산도』로 이미 4·3의 역사를 문학으로 복원한 바 있다. 이번 신작 소설집은 『화산도』 이후에도 멈추지 않은 그의 집념을 증명한다. ‘죽음 안에 밴 영원한 침묵’을 언어로 끌어올리고, 망각된 역사를 발화하게 하는 글쓰기. 그것이 김석범 문학의 핵심이며, 『보름달 아래 붉은 바다』가 지닌 의의다.

최준혁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8월 27일 오전 08:20 발행
#보름달아래붉은바다#김석범#재일조선인문학#소명출판#소거된고독#땅의동통#화산도#제주43#생존의미학#역사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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