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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죽음의 귀환, 김홍 장편소설 『말뚝들』 출간(한겨레출판)

30주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바다에서 도시로 밀려온 ‘말뚝들’의 기이한 행렬

손선영 2025년 8월 26일 오전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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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이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의 장편소설 『말뚝들』을 출간했다. 서른 해를 맞아 고료를 5천만 원으로 상향한 이번 공모에는 349편이 응모했으며, 8인의 심사위원은 “재미, 거침없는 문장, 계엄 사태를 반영한 시의성, 설교 없는 서사” 등을 선정 이유로 꼽았다. 심사평은 “문학이 여전히 유효한 윤리의 형식임을 환기시키는 작품”이라는 평가로 귀결됐다.


이 소설은 억울하게, 쓸쓸하게, 이름조차 없이 죽어간 자들이 ‘시랍화’되어 도심 곳곳에 말뚝으로 출몰한다는 기이한 설정으로부터 출발한다. 은행 대출심사역 장은 영문도 모른 채 트렁크에 갇히는 사건을 겪고, 잇달아 불행에 휘말린다. 말뚝들의 행렬은 사회적 혼란을 불러오고, 사람들은 눈물 속에서 그들을 맞닥뜨린다. 정부는 수거 작업에 나서지만 치워도 다시 나타나는 말뚝들은 불안을 증폭시킨다. 개인의 불행과 사회적 재난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야기는 예측 불가한 긴장으로 뻗어나간다.


『말뚝들』은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선다. 타락한 정치와 자본의 풍경, 그 속에서 버티는 소시민의 분투, 그리고 사회적 죽음을 애도하는 공동체의 가능성을 응시한다. 심사위원들은 “죽음이 사회적 죽음임을 드러내는 순간, 애도와 연대의 윤리가 굳건히 내리꽂힌다”(편혜영), “개인의 불행과 세계의 불행이 만나는 지점을 예리하게 포착했다”(강화길)라 평했다. 김홍은 기발한 설정과 능청스러운 해학, 시의적 감각으로 지금 한국 사회의 균열을 문학적으로 응전한다.


1986년 서울 출생인 김홍은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소설집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 장편소설 『스모킹 오레오』 『엉엉』 『프라이스 킹!!!』 등을 발표했다. 문학동네소설상에 이어 이번에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주요 문학상을 잇달아 수상한 그는, “말뚝이 널 지킨다”는 오래된 메모를 10년 넘게 간직하다 『말뚝들』로 현실화했다. 일상과 정치, 미스터리와 활극을 넘나드는 그의 서사는 “근래 보기 드문 서사적 활력”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한국문학의 새로운 활력을 증명했다.

손선영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8월 26일 오전 07:21 발행
#말뚝들#김홍#한겨레문학상#한겨레출판#신간출간#30주년기념#사회적죽음#연민과연대#한국소설#문학의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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