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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가 겨루는 충격 반전, 미키 아키코 장편소설 『패자의 고백』 출간(블루홀식스)
60세 은퇴 후 데뷔한 '추리의 정밀기계', 별장 추락사건 둘러싼 세 사람의 엇갈린 고백
출판사 제공
"제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패자입니다." 도쿄대 법학부 출신 변호사가 60세 은퇴 후 본격 미스터리 작가로 변신해 던진 충격적 한마디가 화제다.
미키 아키코는 신작 『패자의 고백』에서 야마나시현 산속 별장에서 발생한 추락사 사건을 다뤘다. 기업가 모토무라 히로키의 아내 미즈카와 8살 아들 도모키가 2층 베란다에서 추락해 숨지고, 남편은 살인 혐의로 체포되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이 작품의 독특함은 대화문과 지문 없이 오직 관계자들의 '고백'만으로 구성된 점이다. 피해자 미즈카가 사망 직전 잡지 편집자에게 보낸 수기에는 "남편이 아내와 아들을 죽이려고 한다"는 고발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아들 도모키가 할머니에게 보낸 메일에는 "엄마와 아빠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고 적혀 있었다. 체포된 남편 히로키는 "아내가 자신과 아들을 죽이려고 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도모키가 할머니에게 보낸 절망적인 메일이 인상적이다. "저를 어떻게 죽일까요? 내일은 셋이서 드라이브를 하러 간다는 것 같아요. 야마나시 별장에는 전화가 없어요. 할머니가 도쿄로 돌아오기 전에 저는 분명 죽을 거예요. 저는 죽기 싫어요."
미키 아키코는 1947년 도쿄 출생으로, 도쿄대학 법학부 졸업 후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7년 60세에 은퇴 후 본격적인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2010년 『귀축의 집』으로 제3회 '바라노마치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신본격 미스터리의 아버지' 시마다 소지는 "도저히 신인 작가의 작품이라 볼 수 없다. 추리의 정밀기계가 쓴 것 같은 작품"이라며 극찬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본격 미스터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드러냈다. "매일 뉴스를 보다 보면 현실 그 자체가 사회파 미스터리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소설 안에서만이라도 현실과 분리되어 즐겨야 하지 않을까. 살벌한 현실을 잊게 해줄 도피처가 바로 본격 미스터리다"라며 "앞으로도 본격 미스터리 외에는 쓸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 작품은 형사 재판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재판 장면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변호사 출신 작가의 내공이 드러나는 법정 미스터리이자 와이더닛을 치밀하게 풀어가는 본격 미스터리다. 독자는 수기와 진술서, 이메일 등만으로 전개되는 독특한 구조 속에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핵심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출간사 블루홀식스는 창립 이래 매년 미스터리, 추리소설 출판 종수가 압도적 1위인 출판사로, 나카야마 시치리 등 일본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해왔다.
손선영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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