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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황제의 고양이』: 100년 만에 드러난 을사늑약의 막전막후 첩보 드라마

미국 작가가 그린 대한제국 비밀의 역사, 베일에 싸인 베델의 활약

장세환 2025년 8월 21일 오전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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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황제의 고양이.jpg출판사 제공

100년 만에 발굴된 미국 작가 로버트 웰스 리치의 첩보소설 『고종 황제의 고양이』가 을사늑약 체결 전후 대한제국을 둘러싼 막전막후를 생생하게 포착하며 출간됐다. 이 소설은 1905년 11월 을사늑약을 앞두고 조선을 배경으로 일본, 러시아, 조선 왕실 간의 치열한 암투를 그려냈으며, 미국인 '빌리'와 영국인 '베델'이 홈즈와 왓슨 콤비처럼 활약했다.

책에 수록된 두 편의 소설 중 1912년 발표된 <상하이 특급>은 고종 황제의 망명 사건을 다뤘다. 러시아 정보기관 첩보원임을 밝힌 미모의 여성이 베델에게 “조선의 황제를 탈출시켜 일본의 침략 음모를 막자”고 설득하며 사건이 시작됐다. 2년 뒤 발표된 후속작 <헤이그의 보석>은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특사 사건을 그렸다. 베델은 헤이그 특사 파견에 필요한 황제의 옥새를 찾기 위해 금강산으로 향했고, 당시 조선의 민속과 종교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담아냈다. 소설에는 베델 외에도 헐버트, 스티븐스, 이토 히로부미, 민영환 등 대한제국의 주요 인물들이 모두 등장하며 풍전등화와 같았던 시대상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작가는 일제의 악행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동시에 조선에 대한 애정, 그리고 당시 지도층의 무능에 대한 비판을 교차시켰다. 이 책은 훗날 해석된 역사가 아닌 당대인의 시선으로 현장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소설 속 여러 장면들이 최근 들어 역사적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 기밀문서 해제 등으로 밝혀진 고종의 해외 망명 시도, 조선 독립운동을 은밀히 도운 '상하이 정보국'의 존재 등이 소설 내용과 다수 일치했다. 베델이 비밀 통로를 통해 궁궐을 드나들었다는 설정은 '고종의 길'과 흡사했으며, 고종이 비밀리에 '황제어새'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소설에 담겼다. 이처럼 당시 일반인들은 알 수 없었던 기밀들이 미국인 작가의 소설에 담긴 경위는 베일에 싸였고, 리치 작가가 베델을 직접 만나 취재하며 소설을 구상했다는 점은 베델이 대한제국의 첩보원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은 대한매일신보사를 운영하며 조선의 항일운동을 적극 지원했던 인물이다. 일제의 끊임없는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며 국채보상운동과 신민회를 도왔다. 살아서는 '깨어 있는 영국인'으로, 죽어서는 '영원한 한국인'으로 남은 베델의 삶은 이 소설을 통해 더욱 깊이 있게 조명됐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8월 21일 오전 04:20 발행
#고종황제의고양이#로버트웰스리치#을사늑약#첩보소설#어니스트베델#대한매일신보#대한제국#한국근대사#역사소설#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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