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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으른입니다, 게으른』: '갓생' 압박에 지친 현대인에게 건네는 게으름의 미학
김보 작가, 새로운 시선으로 게으름의 편견에 맞서다
출판사 제공
우리가 그동안 부정적으로만 바라봤던 ‘게으름’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 책 『나는 으른입니다, 게으른』이 출간됐다. 안정된 대기업 커리어를 포기하고 딱 1년만 자신의 게으름을 들여다본 작가 김보는 이 책을 통해 ‘게으른툰’으로 이미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저자만의 날카롭지만 위트 가득한 문체로 펼쳐낸 에세이와 단행본 출간을 위해 새로 그려진 '게으른툰' 27편이 독자들을 맞이했다.
이 책에서는 느긋하지 않은 나무늘보 ‘게으른’, 방심하지 않는 토끼 ‘부지런’, 핑크 방어 슈트를 입은 닭 ‘핑계’ 등 귀엽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등장해 게으름에 대한 갖가지 오해와 유형별 특징, 유쾌한 에피소드를 보여줬다. 저자는 '늦장', '완벽주의', '벼락치기', '끈기 부족', '컨디션', '자기방어', '기질', '방전' 등 다양한 핑계들을 제시하며, 게으름이 때로는 '예열 중'인 상태임을 주장했다. 권태형, 회피형, 산만형, 합리화형, 무기력형 등 게으름의 다양한 모습들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며 독자들이 자신의 게으름을 성찰할 기회를 제공했다.
김보 작가는 끊임없는 성취를 강요하며 ‘갓생’을 미덕으로 삼는 현 사회의 분위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꾸준함'을 '별로인 나를 견디는 힘'으로 정의했으며, 군대 은어인 '핑?'(핑계 대냐?)을 통해 책임 회피의 태도를 꼬집기도 했다. 또한, '그럴싸하면 그만 아닌가?'라는 물음을 던져 과도한 완벽주의에서 벗어난 합리적인 삶의 자세를 제안했다. '인생을 퀘스트처럼' 여기고 '레벨업'을 강요하는 자기계발 문화에 불편함을 드러냈으며, “다리 찢는 뱁새나 접시 핥는 두루미보단 생산력이 떨어져도 자기 리듬대로 사는 나무늘보가 낫지 않을까?”라며 모두가 갓생을 살 필요는 없음을 역설했다.
저자는 "누구나 조금씩은 각자의 모습대로 게으르다!"며, 게으름을 단순한 나태함이나 무능력이 아니라 인간이 타고난 기질로 재해석했다. 사회가 정한 기준으로 스스로를 자책하는 현대인들에게 ‘으른’의 단계는 자기 이해를 통해 성장의 완성이 이루어지는 지점임을 강조했다. 이 책은 ‘돌체 파 니엔테(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를 이야기하며, 무언가를 꼭 이루지 않아도, 무용한 것들에 한눈팔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넸다. 자기 부정과 자기 파괴를 멈추고 내면의 게으름을 들여다볼 것을 제안하며, 이는 자신을 지키는 방어기제이자 삶의 리듬을 조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는 으른입니다, 게으른』은 우리가 성실과 생산성이라는 잣대에 가려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게으름의 본질을 짚어주며, 완벽함을 향해 달리는 대신 잠시 내려놓을 때 오히려 성장과 회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저자의 자조적이면서도 솔직한 문장들은 가볍게 읽히지만 그 안에 녹여 놓은 메시지는 깊고 단단하다. 유쾌한 에피소드에 때론 뜨끔하며, 때론 실소를 터트리며 읽다 보면 각자의 게으름을 새롭게 정의하고 그간 놓치고 있었던 게으름의 잠재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가 정한 기댓값에 스스로를 끼워 넣느라 지쳤거나, 아직 어른 되지 못한 ‘으른’인 삶을 좀 더 유연하게 살아내고 싶다면 이 책이 따뜻한 응원가이자 지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준혁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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