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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 국내 유일 호랑이 연구자의 치열한 공존 모색기

사라져가는 생명과의 '동행'을 꿈꾸는 한 여성 과학자의 용기 있는 기록

장세환 2025년 8월 21일 오전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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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jpg출판사 제공

국내 유일의 호랑이 연구자이자 보전생물학자인 임정은 박사의 첫 에세이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가 출간됐다. 이 책은 생물다양성 위기와 기후 위기에 맞서 세계 곳곳의 현장을 누비며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방법을 모색해 온 저자의 치열한 여정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저자가 말하는 보전생물학의 본질은 '현실의 복잡함과 불확실함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누군가는 생태계 위기가 이미 인간의 손을 떠난 문제라고 비관하지만, 임정은 박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역설한다. 희망을 잃지 않고 싸우는 과학자의 태도가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책은 차가운 냉소와 의심에 맞서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한 여성의 성장기이자,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로 우리를 지탱하는 자연의 질서를 탐구해 온 과학자의 뜨거운 고군분투기다. 저자는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암을 연구하던 생명과학도였으나, 스물한 살에 동물원에서 만난 표범의 고고한 눈빛에 이끌려 보전생물학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발자국이 남지 않은 길을 개척하며 인도네시아 코뿔소, 벨리즈 바다의 해양 생물, 중국 접경지대의 호랑이, 라오스의 잊힌 범들, 그리고 한반도의 삵과 산양까지 다양한 생명들을 만나고 지켜왔다. 현장을 누비며 얻은 경험은 고스란히 저자의 지식과 역량으로 축적됐고, 때로는 무모해 보였던 도전을 통해 생물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나가려 노력한다.

특히 이 책은 동물이 우리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인간적인’ 이유로 설명하며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산불로 인한 생태계 피해, 해양 생태계 황폐화가 식량 부족과 자연재해로 이어지는 과정 등을 통해 생물다양성 파괴가 결국 인간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호랑이 보호구역에 소를 방목하며 호랑이를 미워하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전생물학이 복원뿐 아니라 인간과의 ‘공존’을 위한 사회적 설득과 이해 과정임을 깨닫게 한다. 필드 과학자로서의 고단함 속에서도 “과학자로서 사명을 다하는 과정 자체가 만족감을 준다”는 저자의 말은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의 추천처럼 이 책은 단순히 호랑이나 표범의 보전에 관한 기록을 넘어선다. 삶의 방향을 잃어 방황하는 이들에게는 환한 희망으로, 전 지구적 위기 앞에 좌절하는 이들에게는 따뜻한 위로와 함께 선명한 용기를 선사한다. “지는 싸움이라도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저자의 무모함은 우리에게 함께 오래 걸어야 할 길을 고민하게 만드는 깊은 울림을 전한다. <랩걸>의 뒤를 잇는 한국 여성 과학자의 자전적 생태 에세이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용기와 지혜를 선사할 필독서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8월 21일 오전 03:53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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