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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읽는다는 자유가 책을 다시 살린다, 『오독의 발견』(김민철, 김영사)
정답과 속도 중심의 독서에서 벗어나 독자의 주관을 복권하는 독서 에세이
출판사 제공
『오독의 발견』은 독서를 둘러싼 통념에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많이 읽어야 하고, 빨리 읽어야 하며, 읽었다면 무엇인가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독서의 기준이 되었을까. 김민철은 이 책에서 그런 기준이 오히려 책을 멀어지게 만들었다고 진단한다. 숫자와 효율, 성취의 언어로 둘러싸인 독서 환경 속에서, 그는 ‘잘못 읽을 자유’를 제안한다.
이 책의 핵심 개념인 ‘오독’은 부정이 아니다. 작가의 의도를 거스르거나 텍스트를 오해하는 행위라기보다, 책을 읽는 주체가 자신의 삶과 감각을 통과시키는 필연적 과정에 가깝다. 김민철은 한 권의 책이 독자를 만날 때마다 다른 책이 된다고 말하며, 그 차이를 만드는 힘이 바로 오독이라고 설명한다.
『오독의 발견』은 독서 에세이이자 개인적인 독서사에 대한 기록이다. 한강, 카뮈, 토니 모리슨, 아니 에르노, 도리스 레싱, 샬럿 브론테, 진 리스, 아고타 크리스토프, 칼 세이건, 켄 리우 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이 등장하지만, 이 책은 작품 해설집이 아니다. 오히려 한 사람이 책을 읽으며 어떤 방향으로 흔들리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를 추적하는 서사에 가깝다.
김민철은 책을 여러 번 읽는 행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고, 처음 읽었을 때와 다르게 읽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어떤 책은 다섯 번 읽어야 비로소 자장을 드러낸다는 그의 고백은, ‘완독’이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독서는 마지막 페이지에서 끝나는 행위가 아니라, 읽은 이후 삶 속으로 스며드는 과정이라는 주장이다.
이 책은 독서의 실패를 방어하지 않는다. 중학생 시절 끝내 넘지 못한 작품의 벽, 성취 중심 독서가 남긴 좌절, 책 앞에서 위축되었던 기억들이 솔직하게 등장한다. 하지만 이 실패들은 독서를 포기하게 만든 이유가 아니라, 다른 방식의 독서로 이동하게 만든 계기로 제시된다. 그 중심에 있는 태도가 ‘오독을 허용하는 다정함’이다.
『오독의 발견』 후반부에서 등장하는 ‘오독오독 북클럽’의 사례는 이 책의 문제의식을 공동체 차원으로 확장한다. 같은 책을 읽고도 전혀 다른 오독 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독서가 개인의 경험이면서 동시에 나눌 수 있는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독이 쌓일수록 책의 수명은 길어지고, 독서의 세계는 넓어진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독서를 잘하는 법이 아니라, 독서를 포기하지 않는 법이다. 빠르게 읽지 않아도 되고, 기억하지 못해도 되며, 해석이 틀려도 괜찮다는 선언은 독서의 문턱을 낮춘다. 동시에 그것은 독자를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텍스트의 공동 창작자로 위치시킨다.
『오독의 발견』은 독서를 삶의 기술로 복원하려는 책이다. 책을 통해 스스로의 감각을 확인하고, 삶의 방향을 점검하며, 타인의 문장과 나의 시간을 연결하는 방식에 대한 제안이다. 이 책에서 오독은 실수가 아니라 방법이며, 독서는 성적이 아니라 경험이라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책을 좋아하지만 책 앞에서 자주 주춤하게 되는 독자에게, 『오독의 발견』은 다시 읽어도 괜찮다는 허락처럼 다가온다. 읽는 속도가 아니라, 읽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하나의 기준이 된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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