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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칼라』, 현대사회의 중간계급을 해부한 기념비적 저작 (돌베개)
찰스 라이트 밀스의 대표작, 한국어 완역으로 다시 만나다
출판사 제공
20세기 영어권 사회학을 대표하는 학자 찰스 라이트 밀스의 고전 『화이트칼라: 현대 중간계급의 초상』이 한국어 완역본으로 출간됐다. 이 책은 현대사회의 중추를 형성하는 화이트칼라 계급을 분석한 기념비적 저작으로, 산업화가 개인과 사회에 미친 영향을 심층적으로 조명한다. 출간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사회 구조와 계급 문제를 이해하는 데 여전히 강력한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저자는 화이트칼라 계층의 형성과 변화를 추적하며 그들의 사회적 위치와 역할을 분석한다. 화이트칼라는 사무직, 전문직, 서비스직 등으로 분화되며 육체노동 대신 지식과 정보 노동을 담당한다. 그러나 이들은 개인적 창의성을 발휘하기보다 조직에 종속된 ‘조직의 인간’으로 살아가며, 노동의 의미에서 소외된다. 밀스는 화이트칼라가 “관료제적 합리화의 결과, 자기 삶의 중심을 잃고 불안정한 지위와 모호한 성공의 기준 속에서 흔들린다”고 지적한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 구중간계급에서 신중간계급으로 이어지는 변동 과정을 다루며 산업화가 전통적 소규모 자영업과 농업 기반을 어떻게 해체했는지 살펴본다. 둘째, 화이트칼라의 다양한 직종—경영 관료조직, 전문직, 영업사원, 사무직 여성—을 세밀히 묘사하며 새로운 계급 질서를 분석한다. 셋째, 이들의 노동과 지위, 성공 신화를 해부하면서 정치적 무관심과 대중문화에 의존하는 심리적 불안을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사회학적 분석뿐 아니라 문학 작품과 대중서, 인터뷰까지 인용해 생생한 서술을 완성했다.
『화이트칼라』는 단순히 직업 계층 연구를 넘어, 현대인의 고립과 소외를 그린 도덕적 논설에 가깝다. “이 책은 작은 사람들에 관한 것이 아니라 작은 꿈에 관한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산업화 이후 중간계급이 겪는 근원적 위기를 함축한다. 밀스는 화이트칼라 노동조합 운동의 한계와 정치적 무관심을 비판하며, 이 계층이 역사적 변화의 주도자가 되지 못하고 ‘후위병’에 머무르는 현실을 꼬집었다.
추천사도 의미를 더한다. 사회학자 김동춘은 “오늘날 한국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데 여전히 통찰력을 준다”고 평가했고, 중앙대 신광영 교수는 “20세기 미국의 분석이 21세기 한국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깊이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또한 『오리엔탈리즘』의 저자 에드워드 사이드는 밀스를 “자기 시대의 구조를 직시하려는 독립적 지식인”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이번 완역본은 사회학자 조형근이 옮겼다. 그는 노동자 가정 출신으로 영세 자영업과 불안정한 지식인의 삶을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번역 과정에서 자신의 삶과 책이 교차하는 지점을 성찰했다고 전한다.
『화이트칼라』는 한국 독자들에게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성찰하게 한다. 중간계급의 불안과 소외는 곧 우리 시대의 고민이기도 하다. 이 책은 사회학 연구자는 물론, 현대사회를 이해하려는 모든 이에게 오래된 질문이자 여전히 유효한 답변을 건넬 것이다.
최준혁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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