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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대신 노조 만들기』 신간 출간(회화나무)

30·40년 현장 활동가 송영수·신지은, MZ세대에게 “우리는 그들에게 빚을 졌다”

최준혁 2025년 8월 20일 오전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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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대신 노조 만들기.jpg출판사 제공

30년, 40년 넘게 노동조합 활동을 이어온 두 명의 현장 활동가가 새로운 책 『퇴사 대신 노조 만들기』(회화나무)를 펴냈다. 저자 송영수와 신지은은 한국 노동운동의 굴곡진 역사를 몸소 겪어온 활동가들이지만, 이번 책에서는 과거의 성과를 자랑하기보다 솔직한 반성과 고백을 담아내며, MZ세대 노동자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책의 출발점은 1998년 민주노총이 정리해고제를 수용한 사건이다. 두 저자는 이를 “노조가 조합원 보호를 포기한 선언”으로 규정하며, 그 결과 구조조정의 일상화와 비정규직 확대, 정규직 중심의 노조 활동이라는 심각한 문제들이 뒤따랐다고 진단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두 배 이상 벌어지고, 일부 정규직 노조가 오히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현실은 노동조합의 본질적 역할을 흐리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퇴사 대신 노조 만들기』는 MZ세대 노조의 등장을 비판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기존 노조들은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고 선언하며, 정치적 활동보다 조합원의 이익에 집중하겠다고 나선 MZ세대의 등장을 두 저자는 “어른들이 뼈아프게 들어야 할 비판”이라고 해석한다. MZ세대가 보여준 새로운 쟁의 방식과 목소리는, 오히려 노동운동이 잃어버린 초심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MZ세대를 단순한 개인주의 세대로 치부하지 않는다. 이들은 “조직이 조합원의 보호를 포기한 시대의 산물”이며 “우리 87세대가 뿌린 씨앗”이라고 정의한다.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속에서 부모와 함께 고통을 직접 겪어야 했던 세대가 MZ세대였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그들에게 빚을 졌다”고 고백한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Ⅰ부는 노조 설립과 운영, 단체교섭, 파업투쟁 등 노동조합 활동의 실무적 지침을 제공한다. 규약 만들기, 집행부 단결, 임금인상 요구안 작성법, 단체교섭 절차와 전술 등이 구체적으로 서술된다. Ⅱ부는 교육과 철학을 다룬다. 노동조합의 본질적 의미와 역사,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 노동법의 기원과 원리, 최저임금 문제, 해외 노동운동의 사례 등이 풍부한 자료와 함께 소개된다. 노동조합을 단순한 이익집단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한 철학적 운동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메시지가 중심을 이룬다.

송영수는 1990년대 노동법 개정 총파업 투쟁 이후 민주노총에 대한 기대를 접고, 우리나라 최초로 ‘일반노조’를 만들어 활동해왔다. 그는 지금도 부산지역일반노조 교육위원으로 현장에서 교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신지은은 CJ헬로비전, LG헬로비전에서 노조를 직접 만들고 이끌어온 경험을 가진 활동가다. 현재 다시 LG헬로비전 지부 지부장으로 당선되어 활동 중이다.

책의 말미에서 두 저자는 자신들의 역할을 ‘깃발을 쥐고 서 있는 사람’에 비유한다. “누군가 깃발이라도 쥐고 있어야 뒤에 오는 사람들이 방향 찾느라 우왕좌왕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결국, 선배 세대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쉽지 않은 길을 함께 걸어가자는 동지적 호소로 마무리된다.

최준혁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8월 20일 오전 04:54 발행
#퇴사대신노조만들기#신간#회화나무#송영수#신지은#MZ노조#정리해고#비정규직#노동운동#노동자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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