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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어린이들』 신간 출간(을유문화사)
을유문화사, 1938년 조선총독부 글짓기 대회 수상작 최초 공개
출판사 제공
을유문화사에서 『제국의 어린이들』을 출간했다. 이영은이 집필한 이 책은 1938년 조선총독부 글짓기 대회 수상작을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1930년대 조선 어린이들의 생생한 일상이 담겨 있다. 할머니와 둘이 사는 아이는 학교 수업료를 부탁하려고 하루 종일 걷는다. 어떤 아이는 아빠가 새로 산 차를 타고 경성을 구경한다. 모두 당시 조선에 살던 어린이들이 직접 쓴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은 조선 지역 일본인 어린이들과 토박이 조선 어린이들의 세계를 함께 선보인다는 점이다.
일본인 어린이들에게 동물은 외로움을 달래는 친구였다. 반면 조선인 아이들에게 동물은 가계 생계 수단이었다. 가장 슬픈 순간은 가축이 죽었을 때가 아니라 팔 때였다. 생계로 인한 이별이기 때문이다.
조선인 아버지들은 편찮거나, 술을 먹고 집에 돌아오지 않거나, 부재중이거나, 소식이 없다. 권위를 잃은 조선인 아버지들의 모습은 식민지가 된 조선의 모습과 닮아 있다.
학교 생활에서도 차이는 극명했다. 조선인 김창국 어린이가 도시락을 싸 다닐 때 일본인 아이들은 식당에서 급식을 하며 카레라이스를 먹었다. 조선인들에게는 급식 대신 빵과 생선 간유가 나왔다. 그 빵은 가난한 조선인 교생 선생님들의 점심이 되기도 했다.
전쟁에서 돌아온 오빠의 이야기가 생생하다. "오빠의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말라 있었습니다. 한쪽 눈은 유리 눈입니다. 그 눈은 천황 폐하께서 주셨다고 합니다."
어린 거지 복동이를 만난 소병문 어린이의 글도 인상적이다. "너무 불쌍해서 연필을 사려고 아버지에게 받은 돈 2전을 꺼내 주었다. 뒤돌아보니 밥을 먹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자는 조선총독부가 어떤 기준으로 수상작을 정했는지 분석한다. 착하고 모범적인 얼굴은 종주국 일본인 어린이들보다 식민지 조선인 어린이들에게 더 두텁게 씌워져 있었다.
분명 아이들 마음속에 존재했을 질투는 어디에 숨겨져 있는 걸까? 어떻게 이렇게 건전하고 착하기만 한 체계가 존재할까? 저자는 이런 의문을 제기한다.
시대가 어린이들에게 전쟁 기계의 일부가 되기를 종용하던 때조차, 어린이들은 오직 그들만의 신비한 생명력을 갖고 세상을 살아갔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소박한 언어가 예기치 못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저자 이영은은 일본 니혼대학에서 예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공 분야는 일제강점기 영화와 연극, 여배우론 및 한일 관계사다. 1940년 개봉 아동 영화 『수업료』의 원작 작문을 발견한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었다.
은유 작가는 "가난과 식민 지배라는 삶의 무게를 짊어진 존재가 견디고 느끼는 이야기라서 울림이 컸다"고 추천했다.
최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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