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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 『얼룩진 여름』 24년 만의 복간, "파멸적 사랑의 본질 탐구"
대한민국 최고 연애소설 작가, 40여 쪽 삭제하며 밀도 높인 개정판 선보여
출판사 제공
"대한민국에서 연애소설을 가장 잘 쓰는 작가" 전경린이 24년의 긴 여정을 거쳐 완성한 『얼룩진 여름』을 새롭게 선보인다. 작가는 복간 과정에서 40여 쪽을 과감히 삭제하고 현재의 감수성에 맞게 문장을 다듬어 한층 밀도 높은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소설은 스물다섯 은령이 가족의 갑작스러운 변화와 무기력한 연인에게 실망해 집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낯선 해안도시에서 그녀는 두 남자와 운명적 만남을 갖는다.
얼굴만 봐도 사람을 얼어붙게 만드는 아름다운 외모의 시인 유경과 고급스러운 감각으로 은령에게 거침없이 선물을 건네는 카페 사장 이진. 상처와 허기를 지닌 두 남자 사이에서 은령은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세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삼각관계를 넘어선다. 그것이 사랑인지 집착인지, 혹은 서로를 삼키려는 욕망인지 모른 채 실타래처럼 엉켜버린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작가는 "상처가 없는 사랑은 아름답지 않다"며 파멸적 아름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소설의 가치를 강조했다. 사랑을 미화하지 않고 그 이름으로 저지르는 모든 잔혹함과 이기심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1995년 등단 이후 30년간 전경린은 한국문학에서 사랑과 욕망의 민낯을 가장 정교하게 포착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아름다움과 잔혹함이 공존하는 문장, 감정을 미화하지 않는 통찰로 명성을 쌓았다.
전경린 소설 속 사랑은 온건하지 않다. 언제나 파국을 향해 치닫는 불길 속에서 비로소 진실을 드러낸다. 이번 작품 역시 안전거리를 기꺼이 도외시하며 사랑의 본질을 해부한다.
"스물다섯이란 여자들이 처음으로 심각하게 희망을 잃는 나이"라는 작가의 표현처럼, 은령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재혼, 불안정한 직장, 우유부단한 남자친구까지 모든 것이 그녀를 막다른 길로 몰아간다.
한 독자는 "20대의 불안을 신들린 듯 묘사한 소설"이라고 평했다. 이는 작품이 가진 뜨거움과 절실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랑이란 오히려 육체를 포장하는 하나의 의상일지도 모른다"는 작품 속 문장은 작가의 사랑관을 압축한다. 사랑을 찬미하는 대신 그 모순과 이기심을 직시한다.
"순수한 육체의 조건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랑도 없고 두려움도 없고 기억도 없으면 욕망만이 남게 되는 것"이라는 구절에서 작가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드러난다.
박상영 작가는 추천사에서 "전경린의 문장은 마치 거울 같다"며 "읽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비쳐 보게 된다"고 평했다.
이어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감정이라는 동물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맑고 투명하게 보여준다"며 "나는 사랑에 대한 전경린의 해석을 언제나 믿는다"고 극찬했다.
작품이 24년의 시간을 통과해 다시 독자를 만나는 이유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랑에 관한 인간의 본질적 갈등과 욕망을 다루기 때문이다.
작가는 "요즘처럼 사랑이 공원의 자연처럼 관리되는 시대에 이들의 무도한 이야기를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며 자신이 믿었던 사랑의 진실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게 될 것이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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