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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안의 역사 컬렉션』 출간, 110점 유물로 되살린 옛사람들의 꿈과 희망(휴머니스트)
역사 컬렉터 박건호, 30년 수집품으로 펼치는 새로운 일제시대사
출판사 제공
30여 년간 역사 자료 수집에 매진해온 박건호 컬렉터가 특별한 방식으로 일제시대사를 재구성한 책을 선보였다.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된 『내 방안의 역사 컬렉션』은 개인이 수집한 110점의 역사 유물을 통해 개항부터 해방 직후까지를 새롭게 조명한다.
저자 박건호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1945년 해방 당일 일장기에 덧칠해 급조한 태극기를 소개하며 큰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대에서 기록학을 공부한 그는 현재 강남대성학원에서 역사를 가르치며 한국외대 객원교수, 국가기록원 민간기록물 수집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교과서에 나오는 거대 담론과 평범한 개인들의 일상사를 함께 다룬다는 점이다. 최초의 태극기 도안이 실린 미국 해군 발행서, 순종의 칙령, 독립선언문 필사본 같은 중요 사료부터 편지, 일기장, 영수증, 우표, 각종 증명서 등 일상 속 작은 기록들까지 아우른다.
특히 1892년 프랑스에서 번역 출간된 『춘향전』(제목: 향기로운 봄)은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 원조격 사례로 흥미롭다. 서양식 복장을 한 춘향이 그네를 타는 삽화와 몽룡이 춘향을 만나기 위해 여장하는 각색된 내용이 당시 문화적 차이를 보여준다.
책은 개항부터 한국전쟁 직전까지를 5개 시기로 구분해 마치 박물관 전시를 관람하듯 구성했다.
1장 '새 나라의 꿈'에서는 개항부터 한일병합 직전까지를 다룬다. 최초 태극기 도안, 고종의 건양 연호 칙령, 단발령, 경성전쟁 기록화, 러일전쟁 군표 등이 등장한다.
2-4장은 일제강점기 전 시기를 아우르며 식민통치의 실상과 조선인들의 저항, 그리고 복잡한 내면을 보여준다. 경찰범 처벌규칙서, 제복 입고 칼 찬 교사들 사진, 애국비행기 헌금 포스터, 한우 수탈 관련 상장 등이 포함된다.
저자는 오스카 와일드의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있다. 그러나 그중 몇몇은 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있다"는 말로 책을 시작한다.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한 것이다.
1899년 『제국신문』에 실린 익명 필자의 꿈은 놀랍다. "서울 종로에는 10여 층 옥석 건물들이 고층으로 솟아 있고, 전기와 통신망이 연결되며, 문자 해독률이 99% 이상이고, 국민이 뽑은 대표들이 의회에서 나랏일을 의논한다"는 내용은 마치 21세기 한국을 예언하는 듯하다.
책에는 저항의 흔적들도 생생하게 담겨 있다. 태극기가 그려진 상장, 무궁화 한반도 모양 자수, 기미독립선언서 필사본, 미국 우표에 그려진 최초의 태극기 등이 그것이다.
반면 시대적 제약 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조선인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들도 드러난다. 육군특별지원병으로 출전하는 청년들의 사진, 징병 나가는 아버지의 유언장 등은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5장 '해방의 빛, 다가오는 어둠'에서는 해방의 감격과 함께 새로운 혼란이 시작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조선건국준비위원회 포고문, 대한민국임시정부 특파사무국의 '독립 첫인사' 전단, 미군과 한국인이 함께 찍은 사진 등이 등장한다.
창씨명과 본래 이름이 앞뒤로 적힌 문패, 글자가 지워진 황국신민서사비, 일제 경찰 출신자의 이력서 등은 일제 잔재 청산의 복잡한 현실을 보여준다.
200여 개의 이미지로 구성된 이 책은 역사를 '읽는' 재미에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각 글은 수집품의 역사적 맥락을 짧고 핵심적으로 전달해 현대 독자들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자는 "수많은 한국인이 피땀과 눈물 그리고 치열한 투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 오늘의 한국이라며, 기록되지 못한 보통 사람들의 삶이 현재 우리를 만들었음을 강조한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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