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신간 소식

20년차 심리학자가 진단하는 『위험한 엄마』 화제작 출간(글항아리)

"24시간 돌봄노동 하는 엄마들, 번아웃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고발 직업적 번아웃에서 소외된 엄마들의 현실, 아이 문제 뒤에 숨은 엄마의 고통 발견

장세환 2025년 8월 13일 오전 08:26
666

위험한 엄마.jpg글항아리 제공

덴버에서 아동·가족 치료센터를 운영하는 심리학자 셰릴 치글러가 '엄마 번아웃' 개념을 본격 제시한 책 『위험한 엄마』가 국내 독자들과 만난다. 20년간 1만 회 이상 상담을 진행한 저자가 직접 만난 사례들을 바탕으로 집필된 이 책은 기존 번아웃 개념의 사각지대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치글러는 현재 번아웃 개념이 주로 직장 맥락에서만 논의되는 한계를 지적한다. 감정·돌봄 노동자나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적용되지만, 24시간 감정·돌봄 노동을 수행하는 엄마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아기 우는 소리에 며칠 밤을 새워도, 종일 아이 뒤치다꺼리에 쉴 틈이 없어도 번아웃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며 "손 하나 까딱할 힘이 없고 좋아하던 것들을 포기하게 되어도 그저 '엄마 역할'의 일부로 여겨진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아동 연구로 학계에 입문한 저자가 엄마들에게 주목하게 된 계기는 명확했다. 행복하지 않은 아동 뒤에는 항상 행복하지 않은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찰에서 '엄마 문제를 먼저 해결해 아이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혁신적 접근법이 탄생했다.

이 방법론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며 NBC, CBS 방송 출연과 『뉴욕타임스』, 『타임』지 기고로 이어졌다. 특히 그의 TEDx 강연 「엄마들은 왜 비참한가」는 백만 회 이상 조회되며 전 세계 엄마들의 공감을 얻었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상담한 생생한 사례 10편이 담겨 있다. 대학 입시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다 소진된 메리, SNS 속 완벽한 엄마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좌절하는 미셸, 멀티태스킹 강박에 시달리는 카먼 등 다양한 유형의 번아웃 사례가 등장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 사례가 미국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엄마들의 현실과 놀랄 만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 엄마들이 겪는 고통의 원인이 국경을 초월해 공통적이라는 방증이다.

저자는 현대 엄마들의 고통 원인 중 하나로 기술 발전을 지목한다. "젖병 하나 사는데도 수십, 수백 개의 선택지가 밀려든다"며 "선택의 자유가 늘어난 만큼 '완벽한 선택'에 대한 압박도 커졌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SNS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타인의 최선과 자신의 일상을 비교하며 자괴감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트레이시의 사례는 현대 여성들의 복잡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세 아이를 둔 채로 남편과 함께 로펌을 운영하던 그녀는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결국 전업맘을 선택했지만 새로운 형태의 고립감과 소외감에 시달렸다.

"직장 다닐 때는 직장 다닌다고 행복하지 않았고, 이제는 집에만 있어서 또 행복하지 않다"는 그녀의 고백은 워킹맘-전업맘 선택의 딜레마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엄마 번아웃은 당사자에 그치지 않고 주변 관계까지 파괴한다. 친구관계는 물론 친정어머니, 남편과의 관계도 악화된다. 특히 부부관계에서는 육아 방식, 집안일 분담, 심지어 부부관계까지 전방위적 갈등이 발생한다.

더 심각한 것은 아이에게까지 번아웃이 전이되는 현상이다. 세라와 열두 살 딸 애슐리의 사례에서처럼, 엄마의 완벽주의와 강박이 그대로 아이에게 옮겨가는 경우가 빈번하다.

단순한 사례 소개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각 장마다 번아웃 증상 체크리스트와 '생존 가이드'를 수록했으며, 완벽주의 자가진단 테스트, 건강한 SNS 사용 매뉴얼 등 다양한 참고자료를 포함했다.

치글러 자신도 세 아이의 엄마로서 책에서 다루는 문제들을 직접 경험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내담자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며 "직접 겪으면서 엄마들의 말이 더 깊은 통찰로, 아이들의 말이 더 강한 연민으로 다가왔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번역자 문가람은 전주교대 출신 초등교사로 상담심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교사와 상담사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소진된 교사들의 마음을 돌보는 작업을 해온 경험이 이 책의 번역에 깊이를 더했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5년 8월 13일 오전 08:26 발행
#위험한엄마#셰릴치글러#엄마번아웃#문가람번역#글항아리#20년차심리학자#1만회상담경험#TEDx백만조회#워킹맘전업맘딜레마#아동가족치료센터

관련 기사

『생각보다 괜찮은 나를 발견했다』출간(이진아, 밀리언북)

『생각보다 괜찮은 나를 발견했다』출간(이진아, 밀리언북)

11월 5일 오후 05:24
20
『개초보 회계』출간(김우철, 어깨위망원경)

『개초보 회계』출간(김우철, 어깨위망원경)

11월 5일 오후 05:15
5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출간(유스이 류이치로 지음, 사람과나무사이)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출간(유스이 류이치로 지음, 사람과나무사이)

11월 5일 오후 05:0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