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일본을 떠나는 청년들의 탈출기를 통해 한국의 미래를 되돌아보는 경고서 『엑소더스 재팬』이 출간됐다. KBS 도쿄 특파원으로 3년간 근무한 이성범이 직접 만난 일본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이 책은 2024년 10월 방영된 KBS 다큐인사이트 〈재팬 엑소더스〉의 확장판이다.

한때 세계 경제의 기적이라 불리던 일본은 이제 더 이상 청년들의 미래가 아니다. 1990년부터 시작된 잃어버린 30년 동안 일본 노동자의 임금 인상은 4.4%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90%의 임금 상승을 기록했다. 현재 일본 정규직보다 호주 아르바이트 급여가 높은 현실이다. 낮은 임금과 높은 물가 속에서 청년들은 꿈을 꿀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1억 명 모두가 중산층인 시대'는 저물고 '상위 10%가 지배하는 사회'로 변모했다.

청년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한 부류는 욕망 자체를 포기하며 연애, 결혼, 출산의 고리를 끊고 프리터로 살아간다. 다른 부류는 본격적인 해외 탈출을 시작한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호주에서 직장을 찾는 히우라, 발레리나 도전을 위해 캐나다를 선택한 모리시게, 4대째 이어오는 백년 전통 가업을 포기하고 캐나다로 간 마사키. 이들은 임금이 높은 선진국이나 활기 넘치는 동남아로 떠나고 있다. 베트남에서 배달앱을 창업한 모리는 "일본은 안전하지만, 제 미래는 위험합니다"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생활한 카지는 "경제가 멈춘 듯한 느낌입니다. 거리에 보이는 건 노인뿐이에요. 마치 만원 전철에 갇힌 것처럼 답답합니다"라고 토로했다.

2015년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츠에 입사한 도쿄대 출신 다카하시 마츠리의 자살 사건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월 100시간이 넘는 초과근무에 시달리던 그녀의 죽음은 일본 직장 문화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히우라는 일본 직장의 연공서열과 성차별적 분위기에 회의를 느껴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뒀다. "일본에서는 상사가 퇴근하지 않으면 직원도 퇴근할 수 없었지만, 호주에서는 정해진 시간만 일합니다"라고 차이를 설명했다.

저자는 청년들의 탈출이 가속화되는 일본의 현재가 한국의 미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한국 역시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으며, 높은 집값과 치솟는 물가로 청년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2024년 10월 방영된 다큐멘터리는 93만 회 이상 조회수와 2,200여 개 댓글을 기록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이 곧 맞이할 미래" 같은 댓글이 반복되며 한국 청년들의 현실이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줬다.

저자는 청년을 '위한' 사회가 아니라 청년과 '함께하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청년 없는 국가에서는 노동도, 출산도, 소비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제 전문가 오건영 단장은 추천사에서 "일본의 몰락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각성을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평가했다. 가네코 마사루 게이오대 명예교수 등 일본 경제 전문가들의 미시적·거시적 분석도 함께 수록됐다.

저자 이성범: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KBS에 입사했다. 2010년 미국 국무부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뉴욕 The New School에서 미디어 연구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21년부터 2024년 11월까지 KBS 도쿄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일본 47개 도도부현을 직접 취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