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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최종천 형, 잘 가시게!
시인 최종천을 추모함

형과의 인연을 뭐라고 말할까.
길바닥 인연?
나는 정의라는 것에 목말라 있었고, 아마도 형은 가치를 추구하는 삶에 행동하고 있었던 것 같아. 2007년, 아마 더 빨라도 2006년 12월 정도가 아니었을까. 몇몇 시인을 통해 소개 받은 형은, 말이 없고 그냥 웃기만 했어.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거의 매일 길바닥에 앉아 있는 서로를 마주보았지.
몇몇 시간을 관통하고 역사를 관통하는 사건에서.
형과 나는 광화문에서, 청계광장에서 거의 매일 마주쳤어. 누가 약속한 것도 아니고, 내일 보자고 서로 손을 흔든 것도 아닌데.
아마도 사람들은 그런 걸 인연이라고 표현하겠지. 인연. 우리 사전은 인연이라는 말을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라고 적었네.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지겹고 매몰차도록 거절하던 내게, 넘칠 정도로 다가오는 사람은 참으로 싫고 부담스러웠어. 형은 참 달랐어. 아무 말 없었고, 아무 요구도 없었고.
길바닥에서 뒹굴고 때론 경찰을 피해 도망치고, 아이들보다 선두에 서야 한다며 힘겹던 몸을 속보로 움직여 대열의 선두에 서던 모습이 선하네. 피맛골에서 막걸리를 함께 하던 자리에서도 형은 말을 하기보다 웃는 걸 먼저하던 사람이었어. 인천으로 오라고 해서 인천을 간 날도 있었고, 형의 생일에 우리끼리라도 케이크라도 사 먹어 보다며 웃던 날도 떠올라.
어느 날, 나는 내가 글을 써야겠다는 갈급함에 '관계'따위 여느때처럼 내팽개치고 나만의 세계로 들어간 뒤에도 몇 번 연락을 주고 받았어. 누구의 생일이라더라, 오늘 시위가 있다, 같은. 몇 번 만났고, 몇 번 웃었고, 형의 손을 잡았고, 나는 글을 쓸게, 그렇게 형과 만남을 정리하고 말았네.
시간이 지났고, 나는 미친듯이 아니 미치도록 글을 쓰며 살았어. 형한테 맹세하듯 말한 것처럼.
2주쯤 전이었나. 형이 소천했다는 말을 듣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했다면 거짓말이라고 할 거야. 남들은 용접공 시인으로 기억하지만 나에게는 항상 먼저 웃어주던 형이었던 사람.
시인 말고, 형이었던 사람.
형 잘가.
언젠가 만나는 날에는 내 욕심으로 형을 멀리했던 시간에 대해 사과하고 싶어. 그리고 그날은 내가 먼저 웃어줄게. 그리고 길바닥이 아닌 서로 마주보고 앉은 자리에서 말하고 싶어. 형 참 좋은 사람이었다고.
손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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