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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왜 동물원이 문제일까?』 (전채은, 반니)

전시와 체험의 그늘을 걷어내고, 동물복지와 종 보전의 기준을 다시 묻는 청소년 교양

장세환 2026년 1월 9일 AM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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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동물원이 문제일까.jpg출판사 제공

어릴 땐 동물원이 ‘신기한 곳’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철창 앞에서 느끼는 감정이 바뀐다. 왜 저 동물은 저렇게 걷기만 할까, 왜 저 좁은 공간에 있어야 할까. 전채은의 『왜 동물원이 문제일까?』는 바로 그 불편한 질문을 정면으로 꺼낸다. 동물원이 생겨난 역사부터 한국 동물원의 현실, 체험동물원과 동물공연이 남기는 상처, 그리고 “좋은 동물원”이 되기 위한 최소 기준까지 한 권에 묶었다.

문제 제기는 분명하다. 동물원은 ‘보호’라는 말로 포장되지만, 출발점부터 인간의 욕망에 기댄 제도였다. 권력 과시와 오락, 희귀한 동물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경쟁이 동물원의 기본 문법이었고, 그 과정에서 동물의 삶은 뒤로 밀렸다. 저자는 한국 동물원의 구조적 한계도 짚는다. 공간과 예산 부족만이 아니라, 전문성과 책임 체계의 빈틈이 동물복지의 기준을 흐린다는 지적이다. “동물원 관리가 왜 기준 없이 흔들리는지”를 청소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낸다.

필요성은 오늘 더 커졌다. 자연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멸종 위기종은 늘고, 한 종이 무너지면 생태계의 균형도 함께 흔들린다. 종 복원에는 긴 시간과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멸종을 막는 일’ 자체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 된다. 여기서 동물원은 변명으로 남을 수 없다. 저자는 동물원이 존속하려면 ‘전시 공간’이 아니라 ‘종 보전과 생명다양성’의 공공 장치로 역할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해결책의 핵심이 책의 중반부터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첫째, 동물이 동물답게 살 수 있도록 환경을 풍부하게 만드는 방식, 둘째, 애초에 동물원에 가두기 어려운 동물의 기준을 분명히 세우는 일이다. 코끼리, 북극곰, 돌고래, 유인원처럼 자의식과 사회성이 높은 동물은 넓은 공간과 복잡한 자극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동물원이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전시를 위한 보유”부터 멈춰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자연으로 돌려보낼 계획이 없다면, 그 삶 전체를 책임지는 구조와 시설부터 갖춰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 따라온다.

책은 체험동물원과 동물공연의 문제를 따로 떼어 강하게 다룬다. 만지고 먹이를 주는 체험은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에게 질병이 옮겨올 수 있다는 경고도 포함된다. 저자는 체험 프로그램이 축소되거나 사라져야 한다고 말하며, 최소한 지켜야 할 ‘동물복지 5대 원칙’도 제시한다. 먹이와 물, 적절한 환경, 전문적 건강관리, 정상행동의 기회, 공포와 고통으로부터의 보호. 이 다섯 가지는 “동물원 운영의 선택 사항”이 아니라 “존속의 조건”으로 읽힌다.

반향은 결국 관람자의 자리로 돌아온다. 동물의 생활을 결정하는 것은 관리자와 사육사만이 아니다. 어떤 동물원을 선택하고, 어떤 체험을 소비하고, 어떤 기준을 요구하는지에 따라 동물원의 방향이 달라진다. 책은 청소년에게 묻는다. 다른 존재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내 권리도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동물원을 ‘좋게 만들자’는 말보다 먼저, 동물원을 ‘왜 문제라고 불러야 하는지’부터 정확히 가르치는 책이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6년 1월 9일 AM 02:47 발행
#왜동물원이문제일까#전채은#반니#청소년교양#동물복지#종보전#생명다양성#체험동물원#동물공연#좋은동물원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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